성석제, “장편은 오년 근 인삼밭”
성석제, “장편은 오년 근 인삼밭”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0.15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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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로 내달리는 10월 재담꾼 성적제와 함께 한 북콘서트

[북데일리] 소설계의 재담꾼 성석제 작가와의 만남은 특별했다. 지난 10월 13일(토) 광명시 중앙도서관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성 작가는 1986년 시 ‘유리 닦는 사람’(문학사상)을 발표해 등단했지만 에세이와 소설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북콘서트 현장까지 자전거를 이용해 왔다는 작가는 사회자의 질문에 재담꾼다운 입담을 보였다.

 

[성석제 작가 사진]

 

질)여기까지 자전거를 타고 오셨다고요. 힘들지 않으신가요.

 

답)가을을 느끼며 온 터라 그렇진 않습니다. 가을은 노란 빛이 많지요. 제 사주팔자에 황색이 잘 맞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 책도 노란 색이 많습니다.(웃음) 노란 빛이 많은 광명시에 오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어 시로 등단했지만 수필이나 소설이 많은 작가에게 시를 버린 것은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시가 자신을 버린 거라는 재치 있는 답변을 했다. 시 청탁은 두 번 정도에 그쳤다는 이야기에 시 청탁이 들어온다면 쓸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자존심 때문에 쓰지 않을 거란 대답을 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몰아넣었다.

 

[객석 사진]

 

이번 북콘서트의 주제도서인 <위풍당당>은 성 작가가 2003년 <인간의 힘> 이후 9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이다. 작가 특유의 풍자와 해학이 돋보이는 작품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질) 선생님 작품의 해학은 어디에서 오는 건지 궁금합니다.

 

답) 준비하고 나오는 건 아무래도 어렵겠죠. 순간적으로 비틀려 나옵니다. 상황과 상황 사이에 혹은 엄숙하고 무서운 사람들에게서 터져 나오는 단어나 문장이 아닌가 합니다. 사실, 기억력이 나쁜 편입니다. 한 번 쓴 걸 또 쓰면서 제 글을 보고 제가 웃습니다. 그런데 독자들은 쓴 걸 또 써도 독자들이 여전히 즐거워합니다. 저보다 더 기억력이 없는 것 같습니다.

 

책 제목처럼 작가의 위풍당당한 답에 관객들은 감탄과 박수를 보내며 즐거워했다. 이어 책과 관련된 인터뷰가 계속됐다.

 

질) <위풍당당>을 보면 주인공들이 혈연으로 묶이지 않았음에도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의 집필동기를 알고 싶습니다.

 

답) 한동안 장편만이 살아남고 노벨문학상의 대상이라며 소설가들을 밀어붙이는 시기가 있었다. 이 책 같은 장편을 쓰려고 마음먹긴 했지만 결정하기 조심스러웠다. 머릿속으로 장면들과 캐릭터, 사건들을 갈고 닦았다. 그러다 드라마 세트장 같은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을 방문하게 됐다. 그곳에 들어가 있으면 기분이 묘했다. ‘이들이 그대로 버려질 것인가’라는 생각과 함께 20년 전 지어진 세트장 같은 ‘폐허’라는 소재가 떠올랐고, 이런 것이 내게 다가왔다.

 

성 작가는 ‘장편은 오년 근 인삼밭에 비유한다’며 장편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밝혔다. 또한 소설 <위풍당당>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했던 생명력과 불모성, 황량한 사막에서 틔우는 푸름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한다.

 

이어 여행과 음식을 담은 <칼과 황홀>의 제목과 얽힌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칼은 사람을 헤치는 무기지만 부엌에 들어오면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이기가 된다며, 다르게 본다면 썰고 벤다는 잔인한 행위가 음식을 먹는 황홀 경지에 이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이날 북콘서트에 문학밴드 ‘북밴’이 성석제의 소설 <위풍당당>을 노래로 만들어 불러 관중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책을 노래하는 북밴과 작가의 만남은 축제를 한층 더 풍성하게 했다.

 

북콘서트의 막바지 관중들의 아쉬움이 담긴 질문이 이어졌다. 다수의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물론 ‘소설에 입신하겠다’하고 썼던 작품일 것이다. 젊은 혈기가 담겨있고 내 글의 방식, 단어, 문체, 구성이나 반복들이 마치 내 삶의 일기 같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기억력이 좋지 않다. 가장 최근작 <위풍당당>으로 하자.”


마지막까지 관객들을 웃긴 성석제 작가의 입담과 재담으로 북콘서트의 막을 내렸다. 가을로 내달리는 10월의 오후 작가와의 즐거운 만남은 독서의 계절 뜻깊은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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