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없이 살기보다 옷없이 사는 게 자연스러워"
"책없이 살기보다 옷없이 사는 게 자연스러워"
  • 북데일리
  • 승인 2006.01.0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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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을 맞아 전국의 대형서점이 초등학생 맞이에 분주하다. 특히 교보문고 아동용 코너에 설치되어 있는 의자에는 책을 읽는 아이와 학부모들이 진풍경을 이룬다. 빈자리를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가득 찬 아이들의 손에 들린 책들은 만화책부터 위인전, 역사책, 해리포터에 이르기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지역 도서관 아동용코너 역시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인기다. 서점과 마찬가지로 난방시설이 잘돼 있는 도서관에는 책을 대출하고 반납하거나 학부모와 나란히 앉아 독서삼매경에 빠진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힐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방학이 다가오면 학부모들은 어떤 책을 읽혀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1월의 읽을 만한 책’은 이에 좋은 지침역할을 해준다.

다양한 분야에서 선정된 10권의 책 중에서도 단연 눈길이 가는 책은 경쟁이 치열했을 ‘아동’ 부문이다. 1월 방학을 맞아 아이들에게 읽힐 만한 책으로는 영국아동문학의 대표작가 엘리너 파전(Eleanor Farjeon. 1881~1965)의 작품이 선정됐다.

소설가 부친과 배우 모친사이에서 풍부한 자양분을 먹고 자란 엘리너 파전의 작품은 대다수의 성인들에게도 여전히 ‘잊지 못할 책’ 으로 꼽히는 명작이다. 이중 선정된 ‘작은 책방’은 삼삼오오 아이들이 모여 있는 서점과, 도서관이 만들어내는 진풍경과 더할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책이다.

1955년 5월에 작성한 작가의 서문은 성장배경을 그대로 묘사한다. 책에 따르면 엘리너 파전이 어릴 적 살던 집에는 ‘작은 책방’ 이라는 방이 있었다고 한다. 사실 대부분의 방이 모두 책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책이 많았다. 2층 아이들 방, 아래층 아버지 서재, 식당 벽, 2층 침실까지 책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가는 곳마다 책이 넘쳤다.

“책 없이 사는 것보다 옷 없이 사는 것이 더 자연스러웠다. 책을 읽지 않는 것을 밥을 먹지 않는 것만큼이나 이상하게 생각하던 시절이었다.”(본문 중)

소설가와 배우라는 부모의 직업 덕분에 어릴 때부터 독서를 삶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가정환경을 엿 볼 수 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작은 책방’은 그중에서도 굉장히 많은 책들로 가득했던 ‘특별한 방’ 이었다고 한다.

정리가 잘 되어 있던 서재나, 식당의 책장과 달리 마치 ‘길 잃은 아이’처럼 흩어져 있던 많은 책들이 작은 책방에는 자유롭게 놓여있었다.

작가의 기억에 따르면 그곳에는 ‘쓸데없는 책도 많았지만’ 소중한 책이 더 많았다. 작은 책방에 무질서 하게 놓여있던 책들을 엘리너 파전은 자유롭게 골라 읽었고 책을 선택하는 일을 제비뽑기 하듯 즐겼다. 시와 산문, 사실과 환상의 세계, 옛 희곡, 역사극 등을 고루 섭렵하며 독서의 지층을 넓혀갔다.

“많은 세월이 흘러 내가 책을 쓰게 되었을 때, 내 책에 허구와 사실, 공상과 현실이 뒤 섞여 있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먼지가 낳은 이 책을 읽다 보면, 내가 공상과 사실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50년 동안이나 빗자루를 들고 쓸어대던 일곱 하녀도 내 마음속에서 그 먼지를 몰아낼 수는 없었다”

작은 책방을 회술 하는 작가의 목소리처럼 책에 담긴 여러 편의 동화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상상으로 가득하다.

<보리와 임금님> <유리구두> <10명의 성자들> <왕과 여왕들> 등을 통해 1956년 카네기상, 제1회 국제 안데르센상을 수상했다. 겨울방학을 맞아 아이들에게 읽히기에 좋을 동화책이다.

[북데일리 정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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