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데 꼭 필요한 능력?
책을 읽는데 꼭 필요한 능력?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09.25 18: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가 정혜윤이 꼽은 책읽기 노하우

[북데일리] 장르를 가리지 않는 방대한 독서가이자 프로듀서 정혜윤의 신간<삶을 바꾸는 책 읽기>(2012.민음사)가 나왔다. 독서 에세이 <침대와 책>으로 이미 감각적인 글쓰기를 보여준 저자의 이번 서적은 제목처럼 ‘삶을 바꾸는 책 읽기’의 여러 일화들이 소개됐다.

특히 주목할 만한 내용은 일흔이 넘은 뒤 처음으로 한글을 배우는 한 할머니의 이야기다. 할머니가 문맹이었던 것을 몰랐던 남편은 결혼 후 가게 된 군대에서 꼬박꼬박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문맹인 탓에 남편이 보낸 편지를 품에 안고 읽을 수가 없었다.

후일 할머니가 문맹이란 사실을 알았지만 남편은 또 편지를 보냈고 이를 계기로 할머니는 한글을 배우기로 결심한다. 일흔 넘어 그녀는 복지관에서 3년간 한글을 배웠고, 시 창작 반에서 시 쓰기를 배웠다. 할머니는 50년 만에 남편에게 답장을 썼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가 한글을 읽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편지를 보낸 당신.” -27쪽

이 일화는 ‘먹고살기도 바쁜데 언제 책을 읽나요?’라는 질문에 저가가 답한 내용이다. 삶에 중심을 두고 감동코드를 꺼내놓는 저자의 센스가 엿보인다. 할머니의 경우처럼 자신을 키우는 시간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말한다. 그 시간을 만들기가 어려울 지라도 배워서 새로 알게 되는 삶 속의 기쁨을 누리려면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을 키우는 시간을 갖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중략) 우리에겐 의지가 필요하다.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스스로 ‘굳이’ 해 보는 경험이다. 바로 자기 자신을 키워 보는 경험이다. 나를 키우는 시간은 내가 한 인간으로 생생하게 살아 있다고 느낄 만한 시간이다.” -45쪽

책은 저자가 독서 강연을 하며 숱하게 들어왔던 질문 여덟 가지에 대해 답한다. 이를 위해 저자가 그동안 읽고 썼던 서평의 경험과 삶의 현장에서 만난 인터뷰이들의 이야기를 빌렸다. 또한 그녀만의 독서론과 독서법을 실어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노력했다. 더불어 꼭 필요한 독서 능력에 대해 역설하며 다음과 같이 전한다.

“책을 읽는 능력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는 데 꼭 필요한 능력들이 있다.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는 능력, 자신을 채웠던 반복과 습관의 타율성을 비우고 새로운 리듬과 질서를 받아들이는 능력 같은 거다. (중략) 많은 책을 읽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같은 책을 몇 번 되풀이해서 보거나 곱씹어 보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57쪽

이어 일정 정도 규칙적으로 책 읽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책을 몇 권 읽느냐보다 규칙적인 시간을 확보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진정한 독해력’은 문자를 정확히 읽어내는 능력이 아니라 무엇을 읽건 거기에서 ‘삶을 바라보는 능력’이라 말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