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아, 우리 눈물을 닦아주렴
그림아, 우리 눈물을 닦아주렴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2.09.06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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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그림으로 슬픔을 말하다

[북데일리] 시나 소설을 읽다가 울기도 한다. 결코 시를 이해했거나 작가의 의도를 파악해서가 아니다. 그들과 만났을 때 내 마음이 울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림도 그렇다. 같은 그림을 보더라도 상황에 따라 전해지는 기운이 다르다. 어떤 날은 아름답게 다가오는 그림이, 어떤 날은 너무도 슬프게 다가오기도 한다. 때문에 <그림, 눈물을 닦다>(2012. 추수밭)란 제목에서 그림을 통해 어떤 위로를 받을 거라 기대하게 된다. 

저자는 <미칠 것 같다면, 세상에 나를 소리쳐>, <주저된다면, 사랑마저 반역할 것>, <치유할 수 있다면, 차라리 껴안아 버려>, <사는 게 곤욕이라면, 생각의 틀 자체를 바꿔 봐>란 주제로 나눠 지친 삶을 위로할 그림을 소개한다. 책을 통해 마주한 그림들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모자를 쓴 여인」, 빈센트 반 고흐의 「슬픔」,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 조지아 오키피의 「달로 가는 사다리」처럼 유명한 화가의 작품도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그림도 있다. 어떤 그림은 그저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졌고, 어떤 그림은 저자의 설명을 읽기 전에는 그저 평온한 그림처럼 보였다.

나체의 여인이 무릎을 세우고 고개를 숙인 고흐의 「슬픔」은 그림만으로도 깊은 절망이 전해진다. 사랑한 여인을 그리며 그녀의 슬픔까지 담아내야만 했던 고흐의 마음은 어땠을까. 하얀 드레스의 밑부분을 핏빛처럼 붉은 색으로 표현한 송연재의 「결혼의 상처 1」은 그림만으로는 독특한 웨딩 드레스를 떠올렸다. 결혼 생활이 언제나 행복하기만 하다면, 웨딩 드레스에 결혼의 상처란 제목을 달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혼에 대한 기대, 환상과 동시에 분노, 슬픔을 함께 담은 것이다.

그림뿐 아니라, 화가의 어린 시절, 사랑, 죽음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알려지지 않았던 그들의 삶을 알고 나니 익숙한 그림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예술가가 아닌 그저 나와 같은 상처를 지닌 인간이라는 것이 오히려 그림보다 더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림에 감동하는 것은 작품을 바라보는 ‘나’와 작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만든 ‘작품’이 어느 시점엔가 우연히 만나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불꽃과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p. 207

저자의 말처럼 예술작품이 그렇듯 모든 그림이 감동을 주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서 만난 그림 전부가 위로가 되는 건 아니지만 알지 못했던 그림을 만나고 그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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