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문화산책] 관객이 무대 일부 360도 객석...색다른 무대 ‘집에 사는 몬스터’
[WP문화산책] 관객이 무대 일부 360도 객석...색다른 무대 ‘집에 사는 몬스터’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8.08.23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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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극작가 데이비드 그레이그 희곡 원작 국내 초연, 오는 9월 2일까지
'집에 사는 몬스터' 공연 사진 (사진=손길한, 티위스컴퍼니)
'집에 사는 몬스터' 공연 사진 (사진=손길한, 티위스컴퍼니)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연극 <집에 사는 몬스터>는 공연장 전체가 무대다. 무대 안에 일부 관람석을 배치하고, 무대는 공연장을 종횡으로 가로지른다. 객석과 무대가 융합된 느낌으로 벽면에 자리한 관람석에서는 무대 가운데 위치한 관람석에 앉은 관객도 배우이자 작품 일부로 보이는 구조다.

몇몇 관람석은 회전의자로 관객은 자신의 의지대로 방향을 선택해 연극배우들의 동선을 따라갈 수 있다. 관객 앞에 정면으로 설치해 무대와 객석 경계가 뚜렷한 전통적인 무대 프로시니엄(Proscenium)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낯선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원작은 스코틀랜드 극작가 데이비드 그레이그의 작품이다. 배역과 화자가 특정되어 있지 않은 채 대사로만 이루어진 희곡이지만, 임지민 연출의 각색과 연출을 통해 명확한 배역이 부여된 연극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만큼 각색과 연출에 따라 작품 해석의 폭이 넓다는 뜻이다.

'집에 사는 몬스터' 공연 사진 (사진=손길한, 티위스컴퍼니)
'집에 사는 몬스터' 공연 사진 (사진=손길한, 티위스컴퍼니)

임지민 연출의 연극 ‘집에 사는 몬스터’는 스코틀랜드 커콜티라는 작은 마을에 사는 소녀 ‘덕 매카타스니’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덕은 다발성 경화증을 앓는 아버지 ‘휴’를 돌보며 산다. 10대 소녀가 병을 앓는 아버지를 부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터다. 작품 중 덕의 집안은 양말과 속옷이 여기저기 널려 있고 손을 심하게 떠는 아버지가 흘린 우유와 초코바로 엉망이다. 빈 맥주병과 쌓여 있는 피자 박스, 집 한 귀퉁이에는 망가진 오토바이까지 차지하고 있다. 이쯤 되면 집에 사는 몬스터가 아버지인지 덕이가 안고 있는 삶의 무게감인지 헷갈린다.

급기야 휴의 증상이 점점 심각해지며 눈까지 안 보이게 된 어느 날 사회복지사가 방문할 거란 소식을 듣는다. 덕은 아버지가 병 때문에 부양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 들통나면 자신이 보호시설에 넘겨질 것이라 걱정한다. 덕은 사회복지사를 속일 작전을 짜지만, 예기치 않은 인물들이 연이어 등장하며 일은 꼬여만 간다. 덕은 무사할 수 있을까.

덕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작품은 4면 무대를 열정적으로 오가는 배우들의 열연을 보는 맛이 있다. 동시에 종횡으로 가로지르는 무대를 오가는 배우들의 동선이 폭넓어 다소 분주하다는 느낌도 있다. 정신없이 시작되는 오프닝도 어수선함을 더한다.

'집에 사는 몬스터' 공연 사진 (사진=손길한, 티위스컴퍼니)
'집에 사는 몬스터' 공연 사진 (사진=손길한, 티위스컴퍼니)

하지만 작품의 서사를 따라 덕이가 점점 성장하면서 분위기도 정리된다. 전통적인 프로시니엄 무대에서는 배우의 앞모습을 주로 보지만, 배우의 동작 전면을 볼 수 있다는 4면 무대가 주는 묘미도 있다. 또 열연 중에도 자신의 뒷모습까지 신경 썼을 배우들의 노고도 짐작되는 지점이다. 연극은 관람이라는 고정된 틀을 깨고 배우들과 호흡하며 작품을 느끼고 싶다면 무대 중앙 내부에 있는 객석에서 보길 권한다.

한편, 지난 20일 오후 서울 혜화동 CJ 아지트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임지민 연출은 “관객이 공연을 보고 나갈 때 상대적인 관계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었다”며 무대를 360도 공간으로 연출해 4면 무대 4면 객석의 혼합 구조로 만든 의도를 밝혔다.

이어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우주를 가지고 있으며 한 인간이 가진 관계성은 한 방향이 아닌 상대적인 관계”라며 “관객이 관람할 때 조금 불편하더라도 이런 의도를 알았으면 하는 바람에 다양한 시각에서 훔쳐보고 염탐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공연은 오는 9월 2일까지 서울 혜화동 CJ 아지트에서 열린다. 티켓은 인터파크와 플레이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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