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의 꿈은 청소부래요
우리 아들의 꿈은 청소부래요
  • 임채연 시민기자
  • 승인 2012.08.25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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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동화 행복한 세상'...아들 응원하는 엄마 이야기

[북데일리] <TV동화 행복한 세상>(샘터. 2010)은 세상의 따뜻함을 쓴 사랑의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다. 권수가 여러 편이 있는데 그중 나는 9편을 읽게 되었다. 

차례에는 소중한 가족, 또 다른 깨달음, 위대한 발명, 눈부신 노력, 아름다운 이웃으로 이야기들을 나누어 나타냈고 각 장에서 감명 깊었던 이야기를 몇 개 꼽아 보자면, <아들은 청소부>, <친절의 가치>, <사랑의 반창고>, <껄병을 조심하세요> 등이 있다.
 
<아들은 청소부>의 내용은 이렇다. 창우라는 아이가 하루는 청소를 했는데 엄마가 칭찬을 하였다. 그때부터 창우는 ‘청소부’의 꿈을 키워나가기 시작했지만 대개 엄마들이 그렇듯 창우의 엄마는 창우가 청소부의 꿈을 가졌다는 것을 내키지 않아 했다. 그래서 영어 공부를 시켰더니 창우는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미국의 빌딩 청소부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는 것이다. 엄마는 그런 창우의 꿈을 받아들였다.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열중하고 몰두하는 모습, 그보다 더 보람찬 일이 어디 있나 싶어서였다.
 
<친절의 가치>의 내용은 아들과 아버지가 신발을 사러 갔다. 아들은 마음에 드는 구두를 골랐지만 아버지는 구두를 보지 않고 가게의 점원을 보았다. 손님이 들어와도 본 체 만 체, 무엇을 물어도 건성건성……. 아버지는 껌을 짝짝 씹으면서 삐딱하게 앉아 있던 점원의 폼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점원이 구두를 사면 이천 원을 깎아 주겠다고 했는데도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가게를 나왔다. 그리고 다음 골목에 있는 신발 가게에 들어갔다. 아들은 그곳에서 똑같은 구두를 찾아냈다. 젊고 인상이 밝은 점원은 꼬박꼬박 존대하며 어린 손님을 깍듯이 대우했고, 손님을 맞는 말씨나 태도가 친절했다.
 
그런 점원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아버지는 흥정도 하지 않고 즉시 구두 값을 치렀다. 그 모양을 본 아들은 신발을 가지고 나오면서 아버지께 물었다. 첫 번째 가게는 똑같은 구두를 이천 원을 깎아 주겠다고 했는데 왜 굳이 이 가게에서 샀느냐고 말이다. 아버지는 이 가게에서 이천 원을 훌쩍 넘는 친절을 대접받았다며 결코 손해본 장사가 아니라고 하였다.
 
<사랑의 반창고>는 1900년대 초 미국의 뉴저지 주, 평범한 회사원 얼 딕슨이라는 사람이 조세핀을 신부로 맞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얼 딕슨은 자나 깨나 사랑하는 조세핀 생각뿐이었다. 그는 조세핀이 요리를 하면서 종종 다치는 손의 걱정 때문에 언제나 좌불안석이었다. 칼에 베이고 불에 데어서 상처가 마를 날이 없는 그녀의 손……. 그러나 아내는 당신을 위해 요리하다가 그런 거니 아무것도 아니라며 웃곤 했다. 얼 딕슨은 아내의 손을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당시 손이 다치면 거즈를 대고 그 위에 붕대를 감아 치료해야 했는데 그건 혼자서 하면 어렵고 불편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집에 와야만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아내를 위해 방법을 모색했고, 결국 일회용 반창고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마지막 이야기 <껄병을 조심하세요>의 이야기는 이랬다. 취업 경쟁을 뚫고 내로라하는 회사에 합격한 ‘나’는 마냥 좋을 줄 알았던 직장생활에 답답해했다. 원래 ‘나’의 꿈은 승무원이었지만 책상이나 지키는 붙박이 회사원으로 살고 있는 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때 문득 떠오른 것은 고3 졸업식 날 해주신 담임선생님의 훈시였다.
 
“난 여러분들이 살아가면서 껄병에 걸리지 않길 바랍니다.”
 
그때 아이들은 낯선 병명에 수군거렸다. 선생님은 껄병이란 ‘그때 그거 할 걸…….’ 하고 후회하는 병이라고 했다. 그리고 내 제자들만큼은 껄병에 절대 걸리지 않고 늘 깨어 있길 바란다는 말도 하였다. 해보지도 않고 훗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꿈을 위해 도전하라고 하셨던 선생님. ‘나’는 그 선생님 덕분에 항공사 시험을 응시했고 그 도전은 실패로 끝났지만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껄병에만은 걸리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와 확신도 생겼고 말이다. ‘나’는 전보다 더 많은 일에 모험을 걸고 도전을 반복하면서 삶은 차츰 길을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 책에는 이 밖에도 따뜻하고 정겨운 이야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첫 번째 이야기의 ‘아들은 청소부’는 아들의 꿈을 존중하는 엄마의 이야기였다. 요즘 엄마들은 변호사, 의사 같은 훌륭한 직업을 선호한다. 하지만 그들이 과연 훌륭할까? 물론 높은 직업은 맞다. 그러나 만약 세상에 변호사, 의사만이 남게 된다면 길가의 청소는 누가 할까? 음식은 누가 만들어내 먹고 살지? 큰 것은 작은 것이 있어야 빛나는 것처럼 소박한 직업이라도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그것은 의사 같은 직업보다 더 좋은 직업일 것이다.
 
‘친절의 가치’는 몇 번이고 내가 읽었던 이야기다. 이 이야기의 아버지는 참 대단한 것 같다. 눈에 보이는 돈이 아닌 보이지 않는 점원의 친절을 높게 샀으니 말이다. 요즘 사람들 대부분은 돈을 가지지 못해 안달이다. 돈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고, 행복이니 친절이니 다 여유 있는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 ‘여유’란 방안에서 책을 읽는 것도 아니요 여가 시간이 남아도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여유’는 그야말로 넉넉한 집안에 산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게 행복이고 여유일까?
 
언제 돈이 없어질까 불안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금고를 뒤지는 그런 사람들이 과연 행복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이 없으면 자신의 능력을 펼치려고 하는 것보다 절망에 빠져 범죄를 저지르기 바쁘다. 돈이란 돌고 도는 것이며, 없다가도 있고 있다가도 없는 것이지만 그것보다 매우 값이 비싼 보이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영원히 내 마음에 남아 있고, 언제까지나 나를 빛내 줄 것이다.
 
<사랑의 반창고>는 우선 반창고를 만들어낸 얼 딕슨에게 박수를 보낸다. 내가 다치면 언제든지 종이를 떼고 쉽게 붙일 수 있는 일회용 반창고. 그 반창고는 돈을 위해, 성공을 위해 만들어낸 게 아니다. 조세핀만을 바라보는 얼 딕슨의 사랑이 만들어낸 것이다. 만약, 두 사람이 만나지 않았으면 반창고도 없었을 것이다. 두 사람이 만났다 해도 지금의 강렬하고도 애틋한 사랑이 없었으면 반창고는 없었다. 얼 딕슨과 조세핀, 그 둘의 사랑이 만들어낸 기적이 바로 반창고였다. 어느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둘의 사랑이 언제까지나 계속되었길 바란다.
 
<껄병을 조심하세요.>에 나오는 ‘껄병’은 나도 많이 걸려 보았다. 꿈에 대한 껄병은 아니라도 어느 날 어느 시에 했던 행동들은 나중에 되짚어 보면 항상 후회할 일들이 많아 창피하고 부끄럽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중에 사람들의 기대치에 미치려 해 다른 꿈을 선택하는 것은 아닐까?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후회가 많이 쌓이게 되면 절망으로 빠진다. 그 절망은 어떻게 해서도 헤어 나올 수 없는 구렁텅이이다. 말을 하면 담을 수 없는 것처럼 지난 행동들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 그러니 ‘지금 그때로 돌아가면 그렇게 하지 말고 이렇게 해 볼 걸.’이라는 생각 보다는, ‘지금 그때로 돌아갈 수 없으니 앞으로 그런 일이 벌어질 일에 대비해 이런저런 방법을 생각해 보자.’는 마음가짐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
 
이러쿵저러쿵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따뜻하고 행복한 지식을 쌓게 되는 ‘TV 동화 행복한 세상’을 읽는 사람들 역시 이야기 한 편 한 편을 읽을 때마다 꿈과 희망을 가지게 되었으면 좋겠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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