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인데" 포장하는 일이 좋을까
"나는 나인데" 포장하는 일이 좋을까
  • 임채연 시민기자
  • 승인 2012.08.25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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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치마 입은 한 여자 아이 이야기

[북데일리] <처음 치마를 입은 날>(가나출판사. 2009)은 ‘안드레아’라고 불리는 여자아이가 나온다. 안드레아는 여자아이였지만 사뭇 평범한 여자애와는 달랐고, 치마를 입은 적도 없었다.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것과는 달리 또래 남자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것을 가졌다. 수영복 또한 여자 아이들이 입는 것이 아니라 남자아이 코너의 반바지 수영복을 입는, 그런 아이였다. 머리카락도 짧게 자르고 친구들도 조앙, 조제 같은 남자 아이들이었다.

안드레아는 아델라이스를 몹시 싫어했다. 아델라이스는 여자 아이 중에서도 아주 ‘여자다운’ 아이였다.

‘커다란 귓바퀴 위로 늘어지는 기다란 머리에 반짝거리는 머리띠하며, 토할 것 같은 옷차림까지……. 여기에 맑은 날에는 국화꽃 장식이 달린 구두를 신고, 비 오는 날이면 개구리 얼굴이 있는 장화를 신는다.’

이 말만 봐도 그럴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안드레아만큼 아델라이스를 싫어하는 아이는 없다. 아델라이스는 딱히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었고 모두에게 착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아델라이스 편을 들고 그녀의 생일 초대장에 따라 파티에 간다고 하자 안드레아는 배신감을 느꼈다. 하지만 새 짝 조셉의 설득에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인정했고, 생일 파티에 가기로 하였다.

생일 파티 당일, 안드레아는 처음 치마를 입었다. 모두가 안드레아가 예쁘다고 하였다. 안드레아는 그 뒤 아델라이스와도 친하게 지냈고, 여자애처럼도 지낼 수 있었다.

나는 여자로서 안드레아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자신이 여자라는 건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이다. 그러나 안드레아는 자신을 남자라고 믿으며 살았다. 물론 안드레아의 돌아가신 아빠가 딸이 아닌 아들을 원해서 스스로를 남자로 만들어 가려고 했을 테지만 여자는 여자다. 그 사실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각자의 취향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믿어도 사실은 정해져 있을 뿐, 더도 덜도 아닌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자신을 외면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겉은 내가 믿는 대로 꾸미고 포장할 수 있지만, 내면은 변하지 않으니까. 자신의 겉을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포장지로 감싸도 그 포장지는 언젠가 찢어지기 마련이고 내면은 드러나게 된다. 이것은 거짓말과 비슷하다. 거짓말이라는 눈조각을 뭉치면 뭉칠수록 눈사람 얼굴마냥 커다래질 뿐이니까. 눈덩이가 여름이 되면 녹아 없어지는 것처럼 거짓말도 언젠가 녹아서 드러나게 된다.

나를 꾸미려 하지 말고 내면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포장지를 수차례 바꿔 포장한다고 해도 안의 물건이 더 예뻐지거나 더러워지지 않는 것처럼 내 안의 나는 나일뿐이다. 자신을 포장하여 아주 잠시 다른 사람의 존경을 받고 그 포장이 뜯어져 수많은 욕을 받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나를 알리고 당당하게 나를 말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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