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처럼 다가온 행운
폭풍처럼 다가온 행운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2.08.21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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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당첨된 여성의 놀라운 이야기

[북데일리] 우연히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어떨까? 거액의 당첨금으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이가 많은 것이다. 과연 그럴까? <내 욕망의 리스트>(2012.레드박스)는 갑자기 닥친 행운이 몰고 온 놀라운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수예점과 바느질과 일상에 대한 블로그를 운영하는 평범한 47살의 주부 조슬린에게 270억의 당첨이란 행운이 찾아온 건 정말 우연이었다. 어떤 기대도 욕망도 없었기에 당혹스러웠고 두려웠을 것이다. 모두에게 행운처럼 여겨지는 그 일이 막상 당사자에게 불행일 수도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을까. 내게 닥친 일이 아니기에 아무도 그 혼란함을 알 수 없다.

세 째 아이의 유산으로 관계가 어긋난 걸 인정하지만 여전히 성실한 남편, 대화가 줄어들었지만 모든 걸 내어주고 싶은 아들과 딸, 치매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친정 아버지, 마음을 나누는 친구들, 운영하는 블로그에 찾아주는 사람들에게 선뜻 그 사실을 알리지 못한 건 당연하다. 조슬린은 꿈꾸던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남편과 아이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사줄 수 있고 아버지의 남은 여생을 돌봐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 자신은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한다. 그저 욕망의 리스트만 작성하고 있을 뿐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행운은 불행을 몰고 오기도 한다. 수표를 발견한 남편이 떠난 것이다. 남편은 원했던 것들을 모두 사들이고 넓고 좋은 곳에 머물렀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용서를 빌었지만 너무 늦었다. 조슬린은 자신이 원했던 삶을 돌아본다. 꿈꿨던 사랑과 결혼이 있었지만 현실의 그것은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의 인생 역시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욕망을 꿈꾼다. 그러나 무작정 욕망만을 쫓는 건 불행하다.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던 그녀가 우리에게 말한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일상의 작은 꿈들이니까. 그건 내일이나 모래, 혹은 미래를 위해 계획하는 작은 것들이다. 다음 주에 사게 될 아무것도 아닌 이 작은 것들, 그리고 우리가 다음 주에도 여전히 살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해주는 것들. 우리를 계속해서 살아가게 만드는 것은 욕실용 미끄럼 방지 매트나 이단 냄비 혹은 저축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사 모은 것들을 늘어놓는다. 우리는 또 갈 곳을 계획하고 때로 비교한다. 칼로 다리미와 로웬타 다리미를. 서서히 옷장을 채우고 서랍을 하나 둘 채워나간다. 우리는 집 안을 채우면서 인생을 보낸다. 집이 가득 차면 이제 새로운 물건들을 갖기 위해 헌 물건들을 망가뜨린다. 심지어는 다른 인생 스토리나 다른 미래, 다른 집을 갖기 위해 부부관계를 깨뜨리기도 한다. 채워야 할 다른 삶을 위해.’ p. 129~ 130

책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없지만, 그래도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놀라운 소재를 차분하게 풀어낸다. 여성의 내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작가다. 조슬린의 겪는 아픔과 슬픔을 위로하며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달한다. 남자가 어떻게 이런 세심함을 가졌을까 놀랍다. 반복된 일상, 지친 관계로 인해 때로 절망하고 때로 울적한 당신과 나의 삶을 위해 작성하는 욕망의 리스트에 이 책이 있다면 좋을 것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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