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들 셋은 모두 미쳤다
그 녀석들 셋은 모두 미쳤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2.08.20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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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미쳐가는 세상...미쳐야 산다?

[북데일리] 우리는 ‘폭주기관차’란 말로 십대를 표현하기도 한다. 멈추는 방법을 모르고 그저 달리기만 하기 때문이다. 아니 아무도 멈춰야 할 적절한 타이밍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누구 하나 그들에게 멈춰야 하는 이유와 방법을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10대들에게 기성세대는 그저 권위만 내세우는 잔소리꾼에 불과할 것이다. 그 시간을 지나왔지만 일탈을 원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정말 낯설기만 하다. 주원규의 소설 <광신자들>(2012. 작가정신)의 주인공 기(蟣),도(擣),농(儱)도 마찬가지다.

 

소설은 중학교 동창인 세 명의 10대들의 이야기다. ‘광신자들’이란 제목과 기(蟣),도(擣),농(儱)란 이름이 암시하듯 기, 도, 농은 평범한 아이들이 아니다. 중학교 시절 농이 만든 수제 무기를 판매하다 걸렸던 아이들은 그 뒤에 비슷한 시기에 학교를 중퇴한 문제아에 속한다. 셋은 모두 미쳤다. 도는 아이돌 뺨치는 외모의 여친, 농은 구루라는 사이비 교주, 기는 자신에게 치욕을 안겨 준 클럽 사장에 대한 복수로 미쳤다.

농은 자신이 만든 무기로 세상을 구원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기와 도를 끌어들인다. 자신이 만든 폭탄을 국회의사당에 배달하는 조건으로 거금을 주기로 한 것이다. 여친에게 명품 백을 선물해야 하는 기는 돈이, 고등학교 중퇴라는 사실로 자신을 무시한 클럽을 제압하려면 도는 농이 만든 총이 필요했기에 농의 제안에 수락한다.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세웠지만 농의 계획은 기의 실수로 틀어진다. 국회의사당이 아닌 고속 버스터미널의 화장실에서 폭발했기 때문이다. CCTV에 잡힌 기의 모습으로 농과 도의 과거 행적이 드러나고 세상은 온통 그들을 주목한다. 기와 도는 농을 찾아와 포악을 떨지만 농의 무기를 나누는 것으로 끝난다. 기는 무기를 팔아 돈을 구하려 하고, 도는 클럽의 주인을 찾아 나선다. 그럼에도 농은 굴하지 않는다. 온 몸에 철갑과 폭탄을 장착하고 국회의사당으로 향한다.

이쯤에서 과연 구루는 존재하는가, 궁금할 것이다. 농에게 그토록 강한 신념을 심어준 구루는 얼마나 대단한 위인일까. 안타깝게도 기, 도, 농의 주변에는 제대로 된 어른이 없었다. 농이 믿고 의지했던 구루는 온라인 채팅으로 작업은 거는 건달에 불과했던 것이다. 단순 폭발 사건을 북의 도발까지 확장시켜 해석하는 언론, 국무회의를 한 시간 만에 끝내는 국회의원의 모습이 우리가 사는 사회인 것이다.

소설은 기, 도, 농을 통해 미쳐가는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니, 미쳐야만 살 수 있는 세상을 말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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