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내가 나를 죽인다?
나도 모르게 내가 나를 죽인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2.08.15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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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압도하는 기묘한 분위기

[북데일리] 가녀린 외모의 여자가 거울을 보고 있다. 아니, 어떤 힘이 거울로 그녀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게 맞겠다. 표지 속 인물은 소설의 주인공 포스티나 크레일 일 것이다. 거울을 통해 그녀가 본 건 무엇일까. <어두운 거울 속에>(2012. 엘릭시르)란 제목처럼 분명 거울이 이 소설의 중요한 단서라고 알려주는 셈이다.

소설은 사립 여학교 미술교사인 포스티나가 해고를 당하면서 시작한다. 부임 오 주밖에 안 된 프스티나에게 여교장은 해고 사유를 알려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 포스티나는 부당한 해고라 여기지만 감당할 수밖에 없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동료 교사 기젤라는 정신과 의사이자 검찰정 의학 전문가인 연인 윌링에게 포스티나의 일을 의논한다. 그는 포스티나의 대변인 자격으로 여교장과 만난다. 여교장은 포스티나의 ‘도플갱어’에 대해 말한다. 하녀와 학생, 여교장 자신이 또다른 포스티나를 목격했다는 것이다.

윌링은 그녀의 주변 인물을 탐색하던 중 포스티나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교사 앨리스가 사고로 죽는다. 놀랍게도 다른 장소에 있던 포스티나가 그녀를 밀쳤다는 증언이 나온다. 윌링은 누군가 포스티나를 노리고 음모를 꾸민다고 생각한다. 그는 사생아였던 포스티나의 죽음으로 인해 그녀의 유산을 받는 누군가를 찾아 나선다.

사건의 해결을 위해 단서가 되는 건 오직 포스티나 자신 뿐이다. 한데 평소 심장이 좋지 않았던 그녀 역시 거울에 비친 또다른 포스티아를 목격하고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만다. 윌링은 그녀의 출생을 비롯하여 그녀의 부모에 대해 조사를 하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포스티나와 도플갱어가 가능한 사람은 그녀가 모르는 조카 바이닝였던 것이다. 윌링은 일련의 사건을 조합하여 그에게 범죄를 인정하라고 추궁하지만 바이닝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도 나도 그 누구도 이 일에 대해 완전한 진상을 알지 못할 테죠. 하긴 뭔들 알겠습니까. 세상 모든 일이 수수께끼인데요. 여기에 퍼즐이 하나쯤 추가된들 달라질 건 없겠죠.” p. 335

어쩌면 그의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수수께끼로 가득하지 않나. 이 소설의 특징은 분위기에 있다. 전통과 명예를 최고로 여기는 여학교에서 벌어진 기묘한 사건. 창백하고 수척한 외모를 가진 비련의 주인공 포스티나와 더불어 여자들의 미묘한 감정들을 잘 묘사하고 있다. 잔잔하면서도 서늘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라면 기대해도 좋을 소설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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