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튤립 한 송이로 고급저택을 샀다면 믿을 수 있을까. 이 한바탕 꿈일 것만 같은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일이다. 바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튤립 버블’이다. 세계사를 움직인 것은 사실상 돈이라는 관점에서 주요사건을 재해석한 <풍요와 거품의 역사>(을유문화사.2018)에 상세히 실렸다.
튤립 버블은 네덜란드에서 1630년대 불기 시작한 튤립 투기 열풍을 말한다. 당시 튤립은 유럽에 처음 소개된 진귀한 꽃으로 상당한 고가였다. 진귀한 만큼 구하려면 많은 돈이 들었고 집의 정원에 만발한 튤립은 곧 부유함의 상징이었다. 귀족과 부자들은 앞다퉈 튤립을 구매했다.
튤립은 실제 가치 이상으로 가격이 치솟았다. 잘 키운 튤립을 부자에게 팔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전문 상인뿐 아니라 일반인, 날품 노동자, 하녀, 최하층 서민들까지 튤립 재배에 뛰어들면서 튤립 시장에 거품이 끼기 시작했다.
1635년에 이르자 프랑스 귀족까지 튤립을 구매하자 튤립 가격은 솟구쳤고 이듬해인 1636년 한 해에만 튤립 가격이 60배 가까이 상승했다. 다 키운 튤립뿐 아니라 튤립 구근도 비싸게 거래됐는데 특정 튤립 구군 한 뿌리 가격이 암스테르담의 고급 저택과 맞먹을 정도였다.
하지만 가격상승의 고공행진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부자나 왕족 누구도 그 값으로 튤립을 사지 않을 거라는 소문이 퍼지고 불과 일주일 만에 튤립 가격이 양파 가격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때까지 튤립을 들고 있던 사람들은 알거지가 됐다.
책은 이처럼 역사의 주요 사건 이면에는 숨겨진 돈의 힘이 존재했다며 화폐가 만들어 낸 역사적 사건을 재해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