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집에 가고 싶다
아, 그 집에 가고 싶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2.08.01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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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로 소통하며 지은 집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집을 갖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많은 집이 지어지고 있지만 정작 내가 살 곳이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저마다 꿈꾸는 집이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넓고 좋은 집을 꿈꾸고, 누군가는 정원이 있는 집을 꿈꾸고, 누군가는 자연과 통하는 집을 꿈꿀 것이다. 여기, 누구라도 한 번 가고 싶은 집이 있다. 표지를 장시한 근사한 서재를 품은 집은 과연 어떤 집일까.

 『제가 살고 싶은 집은』(2012. 물레) 은 현직 국어 교사와 건축가가 지은 집에 대한 이야기다. 집을 짓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그 과정이란 집이라는 공간을 두고 서로가 서로에게 묻고 답하는 것이다. 집을 글로 짓고, 머리로 구상하고, 그림으로 표현하고, 집들을 순례하고 다시 글을 수정하고 실천에 옮긴다. 집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만날 수 있다. 단순하게 어떤 집을 지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이해하고 소통하며 관계를 맺는 것이다. 

 집이 지어지는 과정을 알지 못하기에 흥미로웠다. 실은 시선을 사로잡는 표지의 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게 제일 궁금했다. 집을 짓기 위해 생각을 나눈다는 건 정말 놀라웠다. 살고 싶은 집을 생각하는 일은 얼마나 황홀한 일인가. 1년이 넘게 집에 대한 생각을 메일로 나누는 사이 둘은 건축주와 건축가가 아닌 친구가 된 것이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날씨같은 소소한 일상을 시작으로 군대간 아들, 부모님의 건강을 걱정하고, 지난 사랑의 상처를 모두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된 것이다. 아름답고 소중한 인연이 집을 통해 맺어진 것이다.

 편리한 집이 아니라 불편하게 살기, 공간을 안과 밖으로 나눠 밖에 살기, 인간과 공간의 관계를 말하는 늘려 살기의 개념은 신선했고 좋았다. 시공 일지와 사진을 통해 집 짓기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토지 변경, 세금, 재료 선택 등), 집을 짓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이웃 간의 오해나 다툼에 관해서도 경험을 토대로 조언한다. 앞으로 직접 살고 싶은 집을 짓고자 하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나는 어릴 적 시원한 마루, 앞문과 뒷문으로 통하던 바람, 벽장과 다락이 있던, 돌이 많고 좁았던 마당을 가진 집을 떠올렸다. 그 공간에서 함께 밥을 먹고, 뒹굴고, 싸우던 가족들이 생각났다. 이제, 다시 집을 꿈꾼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보낼 공간을 상상한 일, 그 황홀한 꿈에 빠져든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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