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죄인가' 장애아 엄마의 절망
'내 죄인가' 장애아 엄마의 절망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07.31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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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를 둔 12명 엄마들의 이야기다.

[북데일리] 어느 날 엄마들에게 닥친 사건. 절망의 문턱을 넘는다는 것이 이런 게 아닐까. 책 <엄마는 무엇으로 사는가>(2012.부키)는 장애아를 둔 12명의 둔 엄마들의 이야기다. 편견어린 세상에 꿋꿋하게 맞서는 그들의 저릿저릿한 이야기.

“당신의 아이에게 장애가 있습니다.”

책 중 한 엄마는 출산 후 자신의 아이가 다운증후근이라는 의사의 말에 날벼락 맞은  심정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주변 시선들 때문에 이중으로 상처받았던 경험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사람들이 장애가 있는 아기를 통해 엄마를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이전까지의 자신, 한 사람이자 여자인 자신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오직 장애아를 낳은 엄마로만 보는 듯해 싫었다. 게다가 아이의 장애를 모두 엄마 탓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대부분 섭생을 함부로 했거나 마음가짐을 떠나 생활태도, 습관 때문에 장애아를 낳은 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20쪽)

이렇듯 장애아를 둔 엄마들은 한 생명을 받아들이기까지 남과 다른 고통을 경험한다. 하지만 근거 없는 시선들 속에 강요되는 자책감은 엄마들을 더 견디지 못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엄마들은 굴복하지 않고 같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세상으로 나간다.

책은 장애아를 위한 사회적 여건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던진다. 법과 제도가 있음에도 벌어지는 어려움이 크다는 것. 책에 따르면 젊고 적극적인 엄마가 아니라면 아이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대로 받을 수가 없다.

‘막상 제도를 활용하려 해도 관련 공무원들이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 게 아니다. 장애등록에 필요한 서류를 한번에 처리될 수 있도록 담당자가 제대로 알려 주지 않았다. (중략) 지원금을 받으려 어렵사리 수소문해 담당자를 찾아가면 그제야 이것저것 필요한 서류를 떼어오라는 식이다. 담당자에게 따지면 미안해하기는커녕 오히려 기분 나빠하는 기색만 역력했다.’ (40쪽)

정말 혹독한 경험이다. 장애 자녀를 맞아 하루아침에 딴 세상을 경험한 엄마들에게 너무 잔인한 처사다. 이런 일을 겪은 한 엄마는 자신에게 주문을 건다.

‘나는 엄마다. 나는 엄마다. 나는 내가 아니고 엄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돌보아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42쪽)

책<엄마는 무엇으로 사는가>에는 세상의 편견과 부조리 가운데 더 단단해지는 12명의 엄마들이 있다. 그녀들 모성은 찡한 감동을 넘어 눈물겹다. 근육병, 발달장애, 뇌성마비 등의 장애아를 키우며 겪는 일화들은 같은 처지에 있는 엄마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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