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루한 인생을 구원한 문학
비루한 인생을 구원한 문학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2.07.06 1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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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회 아쿠타가와 수상자 니시무라 겐타의 자전적 소설

 

 인생엔 태풍의 눈이 숨겨져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닥칠지 아무도 모른다. 막무가내로 그 모든 걸 감수해야 할 때를 만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산다는 게 고역이라는 말이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이는 노력한 만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게 세상의 이치라고 말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스스로 비천한 삶을 선택한 이도 있다. 아니, 그 길 밖에 는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그에게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말해주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는 되는대로 살았던 것이다. 『고역열차』(2011. 다산책방)의 주인공 열아홉 살 간타의 삶도 다르지 않다.

 아버지가 성범죄를 저지르고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이혼을 한 어머니는 생계를 유지해야 했고 사춘기 아들의 마음을 보살필 여유는 없었다. 어머니의 성으로 바꾸었지만 범죄자의 아들이라는 건 달라지지 않았다. 학생이라는 신분을 즐기고 평범한 생활을 하고 싶었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어머니를 위협하여 돈을 받아 간타는 가출을 하고 말았다.  중졸의 그를 받아주는 곳은 오직 일용노동자 뿐이었다. 간타는 모든 게 비관적이었고 어떤 미래에 대한 희망과 계획따위는 없었다.

 그는 성실한 노동자도 아니었다. 하루 일당으로 몇 일을 견디고 다시 일을 하러나가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는 친구도 없었다. 혼자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혼자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전문학교에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온 구사카베를 만났다. 점심 도시락을 같이 먹었고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고 나중에는 술도 마시고 업소에도 같이 다녔다. 그러나 간타와 그는 달랐다. 그는 평범한 학생이었고 미래에 대한 거대한 희망이 있었고 여자친구도 있었다. 그런 구사카베가간타와 점점 거리를 두는 건 당연했다.

 ‘그들은 타자에게 둘러싸여 보편적인 인생의 정석 코스를 거침없이 걸어가고, 자신은 이대로 일용노동자 생활을 계속할 수박에 없다. 아무리 싫다 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모든 것이 자업자득이니까. 지금은 오로지 일당 5천 5백 엔으로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아갈까 고뇌하는 것 말고는 덧없는 목숨을 연명할 방법이 없다.’ p. 122

 소설은 일기를 쓰듯 간타의 반복된 일상을 보여준다. 슬픔이나 기쁨은 사라진 무기력한 생활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열한다. 이런 삶이 있을까 싶은 정도로 아주 자세하게 쓸 수 있었던 건 일용노동자 생활을 끝내고 소설가가 된 작가 니시무라 겐타의 자전 소설이기 때문이다. 마흔이 넘어 소설가가 된 그의 일상엔 어떤 변화도 없다. 동거했던 여자는 떠났고, 여전히 혼자다. 그러나 이젠 간절한 바람이 생겼다. 문학이라는 삶, 그것이면 충분했다.

 ‘작가로서 널리 인정받아, 비참한 꼬락서니로 원고를 들고 부탁하러 다닐 것 없이,원고청탁이 당연하게 밀려드는 몸이 되고 싶다. 소설가로서 인생을 마치고 싶었다.’ p. 178

 간타가 가진 단 하나의 그것이 우리에겐 무엇일까. 니시무라 겐타는 소설을 통해 독자에게 묻고 있는 건 아닐까.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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