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난 '삼풍백화점 악몽'
다시 살아난 '삼풍백화점 악몽'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2.07.0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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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사건 소설화...다큐멘터리 보는 듯

[북데일리] <도가니>, <부러진 화살>은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이런 소설은 때로 잠들었던 아픔과 분노를 일깨우기도 한다. 여기 또 하나의 사건을 떠올리는 소설이 있어 화제다. 1995년 무너진 삼풍백화점의 이야기를 다룬 <삼풍- 축제의 밤>(2012. 선앤문)이 그것이다. 소설은 17년 전, 1995년 6월 29일부터 일주일 동안의 아비규환의 현장을 담았다.

백화점, 그곳은 별천지였다. 감히 그 백화점이 무너질 거라 상상할 수 없었지만 일어나고 말았다. 소설은 1995년 6월 29일 백화점이 붕괴되는 시점을 시작으로 현재의 삶까지 이어진다. 현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인 지현과 지현의 아버지 지운,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 은희, 소방관 찬종, 삼풍백화점의 직원이었던 희진, 등 다양한 시각으로 사건을 기록한다.

백화점을 찾은 이유는 모두 달랐다. 그저 쇼핑을 위해 방문한 이도 있었고, 내키지 않았지만 그곳에 있던 이도 있었고, 첫 출근을 한 이도 있었고, 무언가를 교환하기 위해 방문한 이도 있었다. 지운의 딸과 아내도 그러했다. 딸 지현은 친구들과 백화점으로 놀러 갔을 뿐이고 아내는 비싼 구두를 교환하기 위해서다. 사건이 발생하고 한때 삼풍백화점의 직원이었던 희진은 모든 게 자신의 탓이라 죄책감을 지울 수 없다. 백화점 5층의 균열을 발견하고 증거 사진을 찍은 이가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상부에 알렸지만 그는 백화점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희진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기자인 은희에게 알리고 현장에서 나름대로 구조를 시작한다.

모두가 알고 있듯 삼풍백화점은 인재였다. 누군가의 탐욕의 결과로 무너졌던 것이다. 무리한 설계 변경, 균열이 시작된 걸 알았지만 백화점의 간부들은 무시한 결과였던 것이다. 아내를 잃고, 딸을 읽고, 부모를 잃은 슬픔을,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가족의 애끓은 마음을 외면하기도 했다. 정부와 관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을 회피할 뿐, 대책은 어디에도 없었다.

소설은 잔인할 정도로 그 시간을 고스란히 담았다. 해서, 그 두려운 고통이 그 무서운 공포가 생생하다. 하나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다. 시간은 흘렀다. 우리는 점점 삼풍백화점을 잊고 산다. 소설 속 지현은 현재 약에 의존하며 살고 있으며 지운은 그런 딸을 지키고자 애쓴다. 우리는 과거에서 이어진 현재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 살아가고 있다.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는 모든 것이 속수무책이나 다름없다. 그런 사고가 있었다는 것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도, 너무나 작아 보여서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피해자들은 사고가 끝나면 증발되어버리는 수증기는 아니지만, 결국엔 모든 게 잊혀질 것이다. 그건 잔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했다.’ p. 292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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