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부모가 살인자? 놀랍고 슬픈!
내 부모가 살인자? 놀랍고 슬픈!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2.07.02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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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여운을 남기는 추리소설 '유리고코로'

[북데일리] 꽃으로 입을 가린 소녀가 있다. 뭔가 비밀을 감춘 듯 보인다. 소녀가 살인을 저질렀다면, 대부분 생명의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나 우발적인 사고가 아닐까 짐작할 것이다. 만약 이 소녀가 죄의식을 갖고 있지 않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유리고코로>(2012. 서울문화사)는 사람을 죽인 한 여자의 이야기다.

소설은 애완 카페를 운영하는 료스케가 노트 한 권을 발견하면서 시작한다.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말기 암으로 투병 중이다. 우연히 아버지의 옷장에서 노트를 발견하고 읽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진짜 이야기는 노트에 담긴 기록이다.

‘저처럼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이는 사람은 뇌 구조가 보통 사람과 다르겠죠.’ p. 21

노트의 내용은 첫 문장부터 강렬하다. 마치 누군가의 일기나 유서 같은 글이다. 자신이 죽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었던 것이다. 노트의 주인은 정신적으로 불안했고 범죄에 대한 어떤 공포나 두려움도 느끼지 못한 채 사람을 죽이고 있었다. 료스케는 이 노트의 주인이 아버지와 어머니 둘 중에 한 분의 것이라 의심한다.

몰래 세 권의 노트를 읽은 후 마지막 노트를 찾다가 아버지와 마주친다. 아버지는 담담하게 마지막 노트를 건네준다. 료스케가 노트를 다 읽자 아버지는 노트의 주인인 어머니에 대해 털어 놓는다. 창녀였던 어머니를 만나 임신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러다 어머니의 범죄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달라질 것은 없었다. 다만 어머니 스스로 불안해하고 죄를 책임지려 했던 것이다. 어린 아들과 함께 죽으려 했던 큰 딸을 외할아버지가 멀리 보냈고 이모가 그 자리를 대신해 살아온 것이다. 어머니가 살인자라는 사실도 믿을 수 없는데 죽은 어머니가 친 어머니가 아니었다니 알지 말아야 할 진실이었다.

‘당신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만이 그저 혼자 그 캄캄한 어둠의 우물로 빠지는 것을 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틀림없이 편안한 반짝거림 속에서 정신이 아득해지겠죠. 당신의 추억이 될 수 있겠죠. 그렇다면 더 이상 아무것도 무서울 게 없습니다.’ p. 215~216

소설은 분명 잔인하다. 그러나 소설은 애절하다. 죽음으로 죄를 대신하지만 아버지에겐 추억으로 남고 싶었던 어머니의 사랑이 아프다. 죄를 지었기 때문에 자신을 버리는 삶을 택했고 사랑하는 이를 떠나야 했다. 당연한 결과일 수 있겠지만 고스란히 그 슬픔이 전해져 가슴이 시리다. 이토록 잔인하고 서늘한 슬픔을 지녔다니, 묘하다 란 말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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