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의 첫 장편소설
버지니아 울프의 첫 장편소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2.06.27 0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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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인 연애 소설, 자아 찾는 성장소설

[북데일리] <출항>(2012. 솔)은 버지니아 울프가 10대에 쓰기 시작한 소설로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고 사업을 하는 아버지와 고모들의 손에 자란 스물 넷의 주인공 레이첼과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레이첼이 소설가 지망생인 테렌스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약속하지만, 열병을 앓고 죽는 과정을 다뤘다.

버지니아 울프는 레이첼를 둘러싼 다양한 등장 인물을 통해 남성과 여성의 사고가 어떻게 다른지, 세대 간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보여준다. 어머니의 부재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고 오직 피아노만이 전부였던 그녀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민 건 외숙모 헬렌이다. 스물 넷이란 나이에 사랑에 대해 욕망에 대해 무지했던, 아니 경험하지 못한 조카에게 더 넓은 세상과 더 많은 사람과 교류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다.

그녀는 산타 마리나의 빌라에서 지내면서 근처 호텔에 머문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 중 어떤 이는 노년의 삶을 즐기고, 어떤 이는 자유로운 연애와 혁명을 꿈꾸고, 어떤 이는 수재였고, 어떤 이는 소설가 지망생이었고 어떤 이는 사업가였다. 레이첼은 그들과 교류를 맺으며 자신이 떠나온 영국의 다른 삶을 알게 된다. 그런 조카를 보면서 헬렌은 레이첼이 누군가를 만나 변화하기를 바랐다.

수재인 세인트와 소설가 지망생인 테렌스가 레이첼에게 다가왔고 그녀는 테렌스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마침내 그를 사랑하기에 이른다. 둘은 약혼을 하고 결혼을 약속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레이첼이 열병으로 죽고 테렌스를 절망한다. 레이첼의 내면이 성장하고 서로를 채워주며 삶을 이어갈 동반자를 만났으므로 행복한 결말이었어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레이첼이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출항’의 뜻 그대로 기존의 곳을 떠나 자신의 내면을 찾아 나서는 행위를 더 떠나는 것에 의미를 두었던 것일까.

‘그녀는 자기들이 다퉜던 것들을, 특히나 바로 그날 오후 헬렌에 관해 얼마나 싸웠는지를 상기했으며, 그들이 같은 집에 살고 함께 기차를 타며 서로 너무나 달라서 화를 내게 될 30년, 40년, 50년 동안 얼마나 자주 다투게 될지를 생각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피상적이며, 눈과 입과 턱 아래서 진행되고 있는 삶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러한 삶은 그녀와 관련 없었으며 다른 모든 것과도 관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시, 비록 그녀가 결혼해서 30년, 40년, 50년을 그와 함께 살며, 그와 싸우고, 그와 아주 가깝게 있다고 할지라도, 그녀는 그에게서 독립적이었다. 그녀는 그 밖의 모든 것에서도 독립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인트 존이 말한 것처럼, 그녀가 이것을 이해하게 만든 것은 사랑이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런 독립심, 이런 고요함, 이런 확실성을 그와 사랑에 빠지기 전까지는 결코 느껴본 적이 없었다. 아마도 이것 역시 사랑이었다. 그녀는 그 밖의 어떤 것도 원하지 않았다.’ <p. 250~251 -2권>

소설은 어렵고 아름답다. 인물의 행동을 지속적으로 나열하고 배경을 자세히 묘사해 지루했지만 흡입력이 강하다. 그건 버지니아 울프의 섬세함 때문이다. 레이첼의 미묘한 심경을 묘사할 때 언제나 거대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함께 보여준다. 철학적인 연애소설이며, 자아를 찾아 나선 성장소설이라고 말해도 좋을까. 버지니아 울프는 다양한 인물을 통해 남성과 여성의 삶에 대해, 욕망과 결혼에 대해 말한다. 레이철에 통해 한 여성의 자아가 어떻게 확립되는지 보여준다. 아니, 미완의 생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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