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마음 일기' 읽다보니 부끄럽구나
너희 '마음 일기' 읽다보니 부끄럽구나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2.06.24 2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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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소통하려면 참고해야할 책

[북데일리]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고자 하는 행동도 나이에 따라 다르다. 아이들은 나를 봐 달라고, 너무 힘들다고 몸으로 외치고 있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면 얼마나 속상하고 화가 날까.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나 선생님의 마음도 무겁기는 마찬가지다. 스스로 알아서 하기를 바라는 기대와 다가서는 마음을 거절당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런 기대와 걱정을 말끔하게 정리해 준 책이 바로 <열여덟, 너의 존재감>(2011. 르네상스)이다. 열여덟 아이들의 고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막연하게 대학 입시와 이성 문제 정도다. 소설은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듯 현실적이다.

서울 변두리 하위권인 나락(娜樂)고등학교에서 친구라는 개념보다는 동급생일 뿐이다. 같은 반 친구의 이름도 모르고 서로에게 관심을 갖는 대신 핸드폰에 더 많은 애정을 쏟는다. 이런 아이들에게 ‘쿨샘’ 담임이 등장하면서 변화가 생긴다. 담임이 제안한 마음 일기 쓰기로 아이들은 서서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라고 한다. 물론 마음 일기를 어떻게 써야 할지 아이들은 알지 못한다. 단 한 번도 이런 일기를 써 본 적이 없고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책은 세 명의 주인공이 쓴 마음 일기를 통해 열여덟의 아이들의 마음을 들려준다. 반항아라 할 수 있는 이순정, 있는 듯 없는 듯 그림자 같이 조용한 김예리, 나대기 좋아하는 강이지의 일기를 차례로 읽으며 마주한 아이들의 마음은 놀라웠고 충격이었다. 각각의 아이들은 모두 상처를 품고 있었다. 순정이는 할머니와 지내다가 중학교 때부터 엄마와 살지만 엄마와 갈등이 심하다. 예리는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 하루하루가 서글프다. 밝고 명랑한 모습의 이지는 경제적인 문제로 매일 다투는 부모님 때문에 집에 들어가는 일이 정말 고역이다.

순정, 예리, 이지는 마음 일기를 쓰면서 선생님의 짧은 댓글에 큰 위로를 받는다. 담임은 마음 일기를 통해 아이들과 소통하고 아이들을 이해하고 싶었던 것이다. 화나고, 슬프고, 속상한 마음에 화났구나, 슬펐구나, 속상했구나, 그 마음에 공감해주는 것이다.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 분노와 증오가 가득 찬 마음을 지켜봐 주고 달래준다. 그저 들어주기가,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주는 게 얼마나 큰 격려인지 ‘쿨샘을 통해 확인한다.

“그리고 어떤 마음이 들어도 괜찮아. 마음이 원래 그래. 미친년같아. 예의도 없고 도덕도 없어. 누굴 죽이고 싶은 마음? 괜찮아. 죽고 싶은 마음? 괜찮아. 자책할 필요 없어. 그건 그냥 마음일 뿐이니까. 지켜보면 지나가고 흘러갈 마음이니까. 그 마음에 휘둘리지만 않으면 돼. 그럼 저절로 사라져. 제발…… 제발 잊지 마라. 너무너무 힘들면 주문처럼 외워. 지나간다. 이 마음도 지나간다. 지나간다…….” P. 88

정말 마음이란 게 미친년 같지 않은가. 하루에도 수 백, 수 천, 수 만 번 바뀌는 게 마음 아니던가. 모든 괴롭고 속상한 마음도 지나간다는 걸 알면서도 어른인 우리도 힘들어가면서 정작 아이들에겐 마음을 다스리라고 강요하고 있었던 것이다. 왜 우리는 우울한 마음, 답답한 마음, 기쁜 마음, 신난 마음을 그대로 인정해주는 쉬운 방법을 몰랐던 것일까. 그게 누구든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마음을 알아주는 이가 있다면 삶이 얼마나 든든한지 알면서 말이다.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책이다. 아이의 마음 속 깊은 곳의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냐고 묻는다. 진심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주라고 당부한다. 더불어 늦지 않았다고 격려한다. 이제부터라도 아이와 함께 마음 일기를 쓰면 된다고 말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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