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고 힘들때 그 찻집 가 보라
지치고 힘들때 그 찻집 가 보라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2.06.13 0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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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와 근심 안고 온 손님 위로하다

[북데일리] 속상한 일이 생겼을 때 그 마음을 쏟아놓을 이가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다. 그 상대는 다양할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오래된 친구나 연인일 것이고, 어떤 이에게는 학교 선배나 직장 동료일 것이다. 누구냐는 중요하지 않다. 아픈 마음을, 아릿한 마음을 알아주는 게 중요할 뿐이다. <무지개 곶의 찻집>(샘터사. 2012)의 주인 에쓰코가 그런 사람이다. 그러니까 그곳에 가면 따뜻하고 맛있는 커피와 잔잔한 음악과 더불어 누구나 좋은 기운을 받아 충만해지는 것이다.

소설은 젊은 시절 화가였던 남편을 잃고 치바 현의 한적한 마을에 <무지개 곶의 찻집>을 운영하는 에쓰코을 중심으로 그곳에서 마주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연한 기회에 찻집을 찾아온 그들은 저마다의 상처와 근심이 가득한 사람들이다.

갑자기 아내를 잃고 네 살의 어린 딸을 홀로 키우며 살아야 하는 젊은 도예가, 취업의 고비를 맞고 좌절하는 청년, 사업 실패로 아내와 아이는 떠나고 찻집을 털러 온 도둑, 젊은 시절 밴드를 했던 친구들과 함께 공연을 꿈꾸는 에쓰코의 조카, 에스코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지 못하고 떠나는 단골손님, 그들은 모두 찻집에 걸려 있는 무지개 그림에 반하고 만다. 그림은 남편의 유작으로 에쓰코는 그림 속 무지개 때문에 이 곶에 정착한 것이다. 남편이 자신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그림 속 무지개가 떠오르기를 기다리며 찻집을 운영한다.

두 개의 테이블이 전부인 작고 아담한 카페에서 그녀는 손님만을 위한 커피와 그 만을 위해 선곡한 음악을 들려준다. 커피를 마시며 넓은 창으로 바다를 보며 저절로 마음을 쏟아내는 것이다. 그녀는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고 가만히 그 마음을 받아주고 위로한다. 아내를 잃은 젊은 도예가에겐 ‘어메이징그레이스’를 선곡하며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여러 가지 소중한 것을 잃지만, 또 그와 동시에 ‘어메이징그레이스’를 얻기도 하지요. 그 사실만 깨닫는다면, 그다음부턴 어떻게든 되게 마련이에요.” p. 53

자신만이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다고 여기며 아파하는 많은 이들에게 들려주는 말이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칼을 든 도둑에게도 커피를 건네며 음악은 ‘더 프레이어’를 들려준다. 얼마간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찻집에 들었지만 가슴에 스며드는 음악과 커피 맛에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고 용서를 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자신의 미래에 꿈도 희망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타인의 미래를 위해 기도하는 거예요. 당신에게도 소중한 사람 한둘은 있겠지요? 그 사람들의 미래가 조금이라도 밝아지도록 기도하고 그를 위해 행동한다면, 그럭저럭 멋지게 살아갈 수 있을 거예요.” p. 147

절망만이 남은 삶에서 꿈과 희망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던 그에게 소중한 사람을 위해 기도하라는 에스코의 진심이 얼음처럼 차갑고 단단했던 마음을 따뜻하고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다. 누군가를 원망하며 살아온 시간의 벽이 스르르 무너지고 다시 뭔가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자라기 시작한 것이다. 에스코는 그들의 상처를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감싸준다. 누구라도 그곳에 가면 지난한 시간을 잊고 새롭게 시작할 용기가 생기는 것이다.

진한 커피 향과 함께 잔잔하고 아름다운 음악이 들리는 듯한 소설이다. 아니, 이 책을 읽는 동안엔 반드시 커피를 마시고 책 속에 흐르는 음악을 들어야만 할 것 같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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