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맞춤형 아이' 다룬 동화
미래의 '맞춤형 아이' 다룬 동화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2.05.13 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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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안타까운 운명...'문학동네 어린이상' 수상

[북데일리] 부모는 자신이 잘 하지 못한 것들을 아이에게 바라는 기대 심리를 갖고 있다. 때문에 부모가 원하는 유전자를 선택할 수 있다면 거절할 이가 단 한 명도 없을지 모른다. 제12회 문학동네어린이상 수상작 <열세 번째 아이>(문학동네. 2012)는 바로 맞춤형 아이를 소재의 동화다.

원하는 아이에 대한 선택 앞에 주저하지 않을 부모가 얼마나 될까. 선택한 유전자로 태어난 아이, 그러니까 일명 맞춤 아이는 부모나 사회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운명을 타고 태어난 것이다.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첫 번째 맞춤 아이가 태어나고 그 뒤를 이어 태어난 아이들은 점점 더 나은 아이가 되고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 바로 동화의 주인공 열세 번째 아이 시우다.

누구나 맞춤 아이로 태어날 수 있는 건 아니니 모두 시우를 부러워한다. 하지만 정작 시우는 계획된 삶을 사는 게 기쁘지 않다. 맞춤 아이가 존재하는 세상엔 친구나 동생도 로봇이 대신하다. 아이들의 모습은 인간을 닮은 로봇과 같다. 로봇은 친구가 되기도 하고 아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기능을 가진 로봇을 데리고 다니는지에 따라 주변의 시선과 대우가 달라진다. 미래에도 자본의 힘은 강력하고 새로운 따돌림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이 스스로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을 갖고 있고 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정을 느끼는 시우의 로봇 레오는 모두에게 선망의 대상인 것이다.

분명, 가까운 미래에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사회가 올 것이다. 마치 미래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듯, 동화는 무척 현실적이다. 그리하여 더 슬프고 안타깝다. 과연, 인간의 감정까지 대신할 수 있는 로봇은 존재할 수 있을까. 감정을 가진 로봇을 만든 이도 인간이고, 그 로봇을 노예처럼 부리고 그들의 감정을 조종하는 세상에 인간다운 삶을 기대할 수 있을까. 동화 속 감정을 느끼는 로봇은 부모의 계획으로 태어난 맞춤 아이와 다르지 않다. 해서 레오는 시우에게 더 간절하게 말한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네 인생이잖아. 이제부터 선택은 네가 해. 내 몫까지, 우리가 하고 싶었던 것까지. 넌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어. 넌 인간이고, 인간이 가진 모든 것이 너한테 있으니까.” p. 260~261

로봇인 레오를 통해 시우는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될 것이다. 머리가 아닌 가슴이 느끼는 대로 살아야 한다는 걸 말이다. 열세 번째 아이가 아닌 아이 시우로 슬픔, 기쁨, 분노, 즐거움을 느끼고 표현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현실 속에서 열세 번째 아이처럼 살고 있는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그리하여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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