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싱녀'에게 인생이란...
'돌싱녀'에게 인생이란...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2.05.09 0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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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베 세이코의 팬이라면 강력 추천

[북데일리] <딸기를 으깨며>(북스토리. 2012)는 행복하지 않았던 결혼 생활을 끝내고 달라진 삶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 노리코의 말처럼 결혼이라는 감옥에서 출소해서 마주한 일상에 대해 말한다. 다나베 세이코의 <아주 사적인 시간>에서 노리코는 부유한 집안의 남자 고와 결혼한다. 누가 봐도 행복할 것 같은 그녀의 결혼생활은 3년으로 끝이 나고 노리코는 둘이 아닌 혼자를 선택한다. 이 소설은 <아주 사적인 시간>의 후속편이라 해도 좋다.

혼자만의 자유로운 삶은 노리코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딸기를 으깨며 어떤 생각에 사로잡힐 수도 있고, 자신만의 공간에서 원하는 대로 입고 행동할 수 있다. 이혼 전 모든 것을 남편의 취향에 맞춰 생활했던 시절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남편이 원하는 대로 입고, 먹어야 했다. 노리코를 배려하거나 의견을 나눈 적이 없었다. 그러니 이혼은 그녀 말대로 감옥에서 출소한 기분이 맞을 것이다. 그녀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재벌가 사모님이 아니라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한 여자로 바라보는 것이다.

소설은 단조롭다.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는 노리코의 일상을 나열하거나 그녀 주변의 지인과 친구들의 이야기가 전부다. 소설엔 노리코 외에 다양한 여자들이 등장한다. 남자와 동성친구처럼 지내는 노리코, 남자가 아닌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 연하남을 팻처럼 다루는 여자, 그네들의 일과 사랑, 우정을 들려준다. 여자들의 감성을 다루었기 때문일까. 단조롭지만 지루하지는 않다. 그건 아마도 다나베 세이코의 힘이 아닐까 싶다. 자칫 무겁게 흐를 수 있는 이혼이나 친구의 죽음을 그녀는 가볍지 않은 유머로 이야기 한다. 소설에서는 노리코 전 남편 고와 주변의 남자들이 쓰는 사투리가 그 역할을 한다.

<아주 사적인 시간>에서 결혼에 대해 말했다면, <딸기를 으깨며>는 이혼이라는 소재를 통해 행복한 인생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해서 누구에게 보여지는 삶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진짜 행복이라는 걸 확인하게 될 것이다. 또한 한 번 맺어진 관계라는 건 쉽게 끊어지기란 힘들며, 언제나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말이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그것은 인생이다. 정말 인생이다. 그것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인생은 여러 가지 일에 도움이 된다. 특히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다시 태어나 있다.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나는 살아 있지 않을 것이고, 기계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 나의 하루하루는 나를 향해 불어오는 바람 같은 것이다.” p.120

주인공 노리코가 좋아하는 영화배우 브리지트 바르도의 말처럼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인생이다. 단 하루도 같은 날은 없으니 원하는 대로 사랑하고 살아야 하지 앉을까. 그것의 형태가 연애이든, 결혼이든, 이혼이든 말이다. 일본 소설을 좋아한다면 아니, 다나베 세이코를 좋아한다면 재미있게 읽을 소설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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