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또예프스끼를 향한 연애 편지
도스또예프스끼를 향한 연애 편지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2.05.07 0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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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우리들 자신 속에 있는 것

[북데일리] 나 아닌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일은 쉽지 않다. 그 상대가 가족이라 해도 그렇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고 많은 대화를 나눴다 해도 여전히 어려운 일이 아닐까 한다. 때문에 누군가를 안다고 말하는 일에는 특별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우리는 종종 문학 작품을 통해 타인의 삶을 이해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역시 심각한 착각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한 사람의 생을 이해하려면 얼마나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겠는가.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문학동네. 2012)는 러시아의 위대한 작가 ‘도스또예프스끼’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한 책이다. 아니, 도스또예프스끼를 사랑한 저자의 연애 편지 같은 것이라 해도 좋겠다.

책은 도스또예프스끼의 흔적을 따라 그의 삶과 수많은 작품들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누구나 한 번쯤 책 장을 펼쳐봤을, 그러나 끝까지 읽지 못했을 대표작 『죄와 벌』, 『백치』, 『노름꾼』,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외에도 도스또예프스끼가 만든 잡지와 그의 형 미하일에게 보낸 편지의 만날 수 있다.

도스또예프스끼의 유년 시절과 길고 힘겨웠던 감옥에서의 시간, 그가 사랑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그 모든 것이 소설에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저자는 도스또예프스끼가 머물렀던 집이며 공간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는다. 하여 독자로 하여금 좀 더 도스또예프스끼에게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작가로서가 아닌 인간 도스또예프스끼에 대해 알 수 있어,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소설을 함께 읽는다면 훨씬 더 좋을 것이다. 물론 도스또예프스끼에게 영향을 미친 ‘고골’과‘뿌쉬낀’의 작품을 펼쳐도 좋겠다. 그가 살아온 19세기 러시아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사회를 향한 작가들의 외침, 세상을 바꾸고 싶고 구원하고 싶었던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삶이란 어디를 가나 있는 거니까. 삶은 우리들 자신 속에 있는 것이지 우리들 바깥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야.’ p. 101

어쩌면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 순간에 그가 형에게 쓴 편지의 한 구절이 가슴에 깊게 박힌다. 자기 자신 속에 있는 삶을 우리는 언제나 미련하게 바깥에서 찾으려 했던 것이다. 힘겨운 이 시대를 사는 모두에게 거대한 울림을 주는 말이 아닐까.

간질로 인해 몸과 영혼이 고통스러웠던 시간, 그가 좀 더 건강했다면 어땠을까. 도박에 빠져 진 빚을 갚기 위해 수정은커녕 마감에 시달려 써내려 간 소설이 아니라, 오직 소설에만 매달려 있었다면 과연 어떤 소설을 썼을까. 러시아를 떠나 타국에서의 가난한 생활과 한 몸처럼 의지했던 형 미하일과 사랑하는 아이의 죽음까지, 끊임없이 계속되는 시련이 있었기에 그토록 위대한 소설을 쓸 수 있었던 건 아닐까. 도스또예프스끼의 파란만장한 삶이야말로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작가로서 시대를 외면하려 하지 않았다. 그의 굳은 의지를 이런 글에서 마주한다.

‘예술은 항상 동시대적이고 현실적이며, 그 외의 다른 방식으로 존재해 본 적이 없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방식으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p. 148

저자는 도스또예프스끼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 했고, 더 많이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도스또예프스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음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해서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라도 도스또예프스끼에게 어떤 연민을 느끼고 그의 고독을 이해하고 싶을 것이다.

문득 도스또예프스끼가 말하고 싶었던 구원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한다. 과연 진정한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말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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