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지친 당신 초대하는 '정원'
일상에 지친 당신 초대하는 '정원'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2.04.30 0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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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함께 하모니 이루는 마을 풍경

[북데일리] 산뜻한 연두와 초록이 가득한 표지에서 포근함이 전해지는 책이 있다. 바로,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샘터. 2012)가 그것이다. 이 책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

방송작가로 활동하던 저자는 서른 아홉의 나이에 두 딸을 데리고 영국 유학을 떠났다. 6년 동안의 영국 체류기를 기대한 예상은 완전 빗나갔다. 이 책은 명확하게 말하자면 2주 동안의 ‘레이크 디스트릭트’ 환경보존 마을에서 보낸 이야기다. 

레이크 디스트릭트는 피터 래빗으로 잘 알려진 ‘베아트릭스 포터’가 살았던 마을이다. 저자는 2주 동안 둘째 딸과 그곳을 여행하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지난 6년 동안 엄마로서 아내로서, 자신의 새로운 인생을 찾아 떠나온 영국에서의 생활과 그리운 한국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다.

방송작가란 이력 때문일까. 그녀의 쉽고 친근한 글을 따라 레이크 디스트릭트 마을을 여행하는 일은 마치 그 곳에 머무는 착각을 불러온다. 개발보다는 자연과 함께 하모니를 이루는 마을의 풍경을 담은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편안해진다.

여행을 통해 어느덧 어른으로 성장하는 딸의 모습을 발견하고 낯선 정원에서, 너무도 아름다운 자연을 앞에 두고 엄마를 그리워하는 건 나이를 불문한 모든 딸들의 같은 심경인가 보다. 나 역시 노란 수선화가, 분홍빛 튤립이 춤을 추는 사진을 보면서 자연스레 엄마랑 함께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여행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떠나기도 하지만 누군가 머물렀던 그 장소에 나를 담아보기 위해 떠나는 건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우릴 서로 어긋나게 해도 누군가가 앉아 있었을 그 공간 속에 나를 담아놓아 그리운 이가 내게 말을 건넬 거라 믿으면 가만히 기다려본다.’ p. 284~285

특별한 에피소드 없이 그저 거대한 자연을 바라보는 일상이 평온을 안겨준다. 어쩌면 진정한 여행이란 이런 게 아닐까. 진정한 휴식이란 대단한 걸 얻고자 하는 마음이 아니라 붙잡고 있던 시간을 놓아주는 건 아닐까.

‘정원이 자연과 다른 건, 인간과 식물 사이에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난 그게 식물과 인간이 나누는 정精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원은 정원庭園이기도 하지만, 정원精園이기도 하다.’ p. 316

아름다운 레이크 디스트릭트 마을을 눈으로 산책하는 일도 즐거웠지만 초록이 가득한 사진들로 인해 즐거운 시간을 선물한 책이다. 이 봄, 식물과 인간이 나누는 정원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나만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식물들로 가득한 정원을 말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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