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심장에 박힌 '가시'들...
우리 심장에 박힌 '가시'들...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03.19 0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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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려령 신작...'고백을 통한 성숙' 그려

[북데일리] 김려령 작가의 저력을 다시 맛볼 수 있게 됐다. 신작 <가시고백>(2012. 비룡소)에서 그녀는 또 한 번 진한 감동과 어루만짐을 선사한다. 그녀의 필력은 이미 <완득이>를 통해 증명됐다. 영화로도 만들어질 만큼 작품 플롯은 탄탄했다. 2년 만에 내놓은 새로운 소설은 어떨까.

책<가시고백>은 네 명의 색깔 있는 캐릭터로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첫 문장부터 “나는 도둑이다.”라는 주인공 해일의 한 마디로 독자에게 강렬함을 심어준다. 호기심을 넘어서 도대체 어떤 사연인지 알아야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주인공 해일은 부유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궁핍하지도 않은 집에서 자랐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저 평범한 학생이다. 일터로 나가셔야 했던 부모님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빈집을 지켜야 했다. 그래서였을까 해일에겐 외로움이라는 ‘결핍’의 증상이 ‘도벽증’으로 나타난다.

손기술 보유자 해일과 대찬 성격의 지란, 짝사랑으로 가슴앓이를 하는 다영, 욕마저 스타일을 고수하며 해대는 진오. 그들에게도 모두 ‘결핍’된 자아가 있다. 그것은 뒤돌아서 생각하면 감추고 싶은 치부이기도, 이미 아문 것 같은 흉터이기도 하다. 십 대 질풍노도의 시기. 아이들은 저마다 상처를 안고 있지만 서로 어루만지며 치유하고 성장한다.

오늘 반드시 뽑아내야 할 가시 때문이다. 고백하지 못하고 숨긴 일들이 예리한 가시가 되어 심장에 박혀 있다. 뽑자. 너무 늦어 곪아 터지기 전에. 이제 와 헤집고 드러내는 게 아프고 두렵지만, 저 가시고백이 쿡쿡 박힌 심장으로 평생을 살 수는 없었다. 해일은 뽑아낸 가시에 친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라도, 그저 묵묵히 받아들이고 따를 각오가 되어 있었다.(본문 중에서)

<가시고백>은 뱉어내는 순간 쿡쿡 찔러, 말하는 화자나 듣는 청자에게 흠집을 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곪아 살점을 도려내기 전에 ‘하라’고 외친다. 미숙하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은 이미 성숙한 어른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애틋하고 절절한 사연들이 있음에도 전작 <완득이>의 은은한 듯 자연스러운 맛이 없어 아쉽다. 시원스러운 인물들과 그들 간의 역할배치는 탁월했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이 다소 직설적이어서 세련되지 못한 느낌이 있다.

그에 반해 새로운 직업이 눈길을 사로잡기도 한다. 일명 ‘감정 설계사’ 사람들의 감정을 설계하는 직업이다. “감정분포가 잘못 되어 있는 사람들은 모든 기준이 자기라고 착각한다.” 이런 사람들이 가장 먼저 설계를 받아야 한다는 것. 현대사회에 그리고 도덕이 사라져가는 세대에 신생될 직업을 작가는 예견했다.

“삶의 근육은 많은 추억과 경험으로 인해 쌓이는 것입니다. 뻔뻔함이 아닌 노련한 당당함으로 생과 마주할 수 있는 힘이기도 합니다. 살아 보니 미움보다는 사랑이 그래도 더 괜찮은 근육을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내가 아직 철이 덜 들어 미운 사람 여전히 미워하지만, 좋은 사람 아프게 그냥 떠나보내는 실수는 하지 않으려 합니다.” (작가의 말)

그녀의 가시고백은 <완득이>의 강한 흥행 펀치는 없지만 가슴 한 켠을 아릿하게 하는 여운이 있다. 더불어 뒤따라오는 따뜻한 위로가 있어 뿌리칠 수 없다. 솔직한 그녀의 가시고백은 ‘용기’와 ‘관용’을 생각하게 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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