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 찡했던 신입생 북콘서트
코끝 찡했던 신입생 북콘서트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2.02.21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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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과 북밴이 함께한 아주대 OT

 

 

“성공이라는 글자를 현미경으로 보면, 실패라는 수많은 글자들이 기어 다닌다. 정답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내 인생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북데일리] 감성적인 문체로 마음을 뒤흔드는 시인 정호승이 대학 새내기들에게 올곧은 삶의 지혜를 전수했다. 정호승은 20일 청호인재개발원에서 문학을 노래하는 북밴드와 함께 북콘서트를 진행했다. 아주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위한 자리였다.

이날 북콘서트에서는 <울지 말고 꽃을 보라, 정호승의 인생 동화> (해냄. 2011)와 <밥값> (창비. 2010)이 주제 도서였다. 정호승 시인은 올해로 문단 데뷔 40주년을 맞이했다. 사회자가 시, 소설, 동화를 쓰게 된 계기를 물었다.

“중2때 국어선생님께서 시를 한 편씩 써 오라는 숙제를 내주셨어요. 그때 ’자갈밭에서‘라는 시를 처음 써봤죠. 소년이 자갈밭을 걸어가면서 고민하고 생각한 것들, ‘왜 이렇게 엄마는 나를 미워할까, 나는 왜 이렇게 키가 작은가, 왜 이렇게 못 생겼는가’라는 내용이었어요.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읽어보라고 시키셨어요. 발표를 했더니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면서,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시인이 될 수도 있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아직도 선생님의 따스한 온기가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시를 쓰는 것도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재능이란 노력이다‘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삶 자체도 노력하는 거예요. 가만히 있으면 이뤄지는 것이 없어요.“

그는 <울지 말고 꽃을 보라>의 출간이유에 대해 “인생에는 많은 비밀이 있다. 인생의 비밀들을 다양한 사물을 통해 동화, 우화의 방법으로 얘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특히, ‘실패에는 성공의 향기가 난다’(p16 - p18)라는 글을 직접 낭독한 후에는 “성공이라는 글자를 현미경으로 보면, 실패라는 수많은 글자들이 기어 다닌다. 혹시 인생에는 형식이 있고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 계신가. 정답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내 인생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작가의 시 낭송도 이어졌다. 조근 조근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그의 시들은 가슴 깊숙이 들어와 잔잔한 감동을 전해줬다. 동시에 앞으로의 활동계획도 밝혔다.

“만일에 내가 가슴속에 쓰고 싶은 시가 많이 있는데 빨리 죽으면 어떡하나. 죽음이라는 것은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죽을 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내 가슴 속에 있는 시를 열심히 쓰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 열심히 쓰고 있다.“

 '열심히 노력해도 안 되는 부분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에 대한 관객질문에는  시인다운 답을 들려줬다.

“우리가 활을 들고 과녁을 향해 쏘아도, 10개가 다 명중하진 않잖아요. 하나만 맞을 수도 있고, 다 맞지 않을 때도 있어요. 인생은 그럴 수도 있는 겁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전문성. 자기만이 할 수 있는 것 그 하나를 해야 해요. 하고 싶은 일이어서 성취감, 기쁨도 느낄 수 있어요. 목표를 세우세요. 지금 세우세요. 그 목표가 나를 이끌어 줘요.“

자신만의 전문성을 갖추라는 시인의 말에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현실적인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



한편, 이날 리터팝 (literature-pop)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있는 '북밴'이 <울지 말고 꽃을 보라>와 <밥값>을 노래로 불러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한비야의 ‘그건 사랑이었네’에 이은 앵콜 곡 ‘개똥벌레’는 다함께 소리쳐 불렀다. 이제 막 대학생활을 시작한 신입생들이 어둠을 밝히는 반딧불이 같은 존재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책과 음악이 어우러진 감동적이고 흥겨운 시간이었다. 새내기 학생들에게도 잊지못할 시간이 되었음에 틀림없다.

인문학부 박소향 학생은 "처음 보는 색다른 무대였다. 시가 노래가 되는 모습이 신기했으며 그 선율에 코끝이 찡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호승 시인은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석굴암을 오르는 영희’,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로 당선되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등의 시집과,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항아리-어른이 읽는 동화>가 대표작이다. 그의 글은 사랑, 외로움, 그리움, 슬픔을 노래하면서도 사람에 대한 따듯함이 배어 있다.

공연문의 02-323-1905
caillou100@naver.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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