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그린본드 시장 급속 성장...한국은 걸음마?

20억 달러 발행 그쳐..."국내 기업, 기후 변화 대응 주체성 낮아"

2018-02-28     이희수 인턴기자

[화이트페이퍼=이희수 인턴기자]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후금융의 대표적 상품 중 하나인 그린본드 발행 규모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그린본드란 친환경 프로젝트 투자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되는 특수목적 채권으로, 기후변화 대응 및 저탄소 경제 이행에 소요되는 대규모 재원조달 수단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5년까지 파리협정의 목표 달성을 위해 원유, 가스, 석탄, 전력, 바이오연료 등 에너지 분야에 53조달러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대규모 재원을 공공자본만으로 조달하기에는 부족하며 민간자본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국내 기관과 기업들에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 OECD “그린본드 발행 규모 급증...2035년 633조원에 이를 것”

그린본드가 최초로 발행된 것은 9년 전인 2007년으로, 당시 유럽투자은행(EIB)은 6억유로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이후 2013년 프랑스의 크레디트 아그리콜(Credit Agricole)과 국영 전력회사 EDF, 스웨덴 부동산 투자회사 바사크로난(Vasakronan)이 그린본드를 발행하면서 민간 금융기관 및 기업이 그린본드 시장에 진입하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벨기에가 15년 만기 그린본드 45억달러어치를 발행해 유럽 국가 중 세 번째 그린본드 발행에 나섰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발행된 그린본드 중 2번째로 큰 규모다.

유럽에서는 폴란드가 지난 2016년 12월 7억5000만달러어치를 발행해 첫 그린본드 발행국이 됐다. 폴란드는 지난달 2차 발행으로 10억달러를 조달했다. 뒤이어 프랑스가 지난 2017년 초 70억달러어치 그린본드를 발행했고, 피지 역시 지난해 신흥국으로서는 처음으로 그린본드 발행에 나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 세계 그린본드 발행 규모는 지난 2016년 약 100조 원(980억 달러)을 넘어섰다. 2015년(54조원) 비해 2배 늘어난 규모다. 2035년이 되면 그린본드 발행 규모는 63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애플이 2016~2017년 총 25억 달러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하는 등, 발행기관 또한 기존 국제기구 중심에서 탈피해 다변화되고 있는 추세다.

■ 국내 기업, 기후금융에 대한 인식 결여돼..."정부 차원의 금융 혜택 필요"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정부와 은행, 민간 기업이 그린본드 발행에 적극 나서는 가운데, 한국은 지난 2013년 수출입은행의 5억달러 그린본드 발행 이후 작년 10월말까지 20억 달러를 추가로 발행하는데 그쳤다. 발행 기관도 수출입은행을 비롯해 산업은행, 한진 인터내셔널, 현대캐피탈 등 단 4곳에 불과하다.

기후금융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인식도 여전히 부족하다. 지난해 11월 산업연구원(KIET)이 121개 기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기후변화 인식과 대응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기업이 생각하는 중요한 주체는 국가(69.4%)였다. 이어 기업(18.2%), 개인(6.0%), 지역사회(5.8%) 순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기업이 스스로를 기후 변화 대응의 주체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결과"라면서 "이로 인해 정책 결정시 기업이 주체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린본드는 친환경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사용되도록 발행 자금의 용도가 제한돼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채권의 발행 및 원리금 상환과 같은 금융적 측면에서 일반 채권과 동일한 성격을 띤다.

이에 전문가들은 그린본드가 '친환경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자금 조달'이라는 본래 목적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금융적 측면에서 기업에 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일반채권보다 그린본드가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산업은행 이헌영 조사역은 “그린본드 투자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조세혜택을 제공하거나 그린본드 발행시 정책금융기관이 보증을 제공하는 방안등이 있다"며, “다만 정책적 목표와 방향 등을 고려해 꼭 필요한 분야에 연계된 그린본드를 대상으로 선별적인 시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