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유통업계 판도 바꿀까... 글로벌 업체들 도입 나서

제조사-소비자 직접연결... 전통 슈퍼마켓 산업 붕괴 우려까지

2018-01-24     오예인 기자

[화이트페이퍼=오예인 기자]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이 유통업계에 새로운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기술로 꼽히고 있다. 국내에서 금융과 물류 등에 적용이 시작된 블록체인이 유통업계에서도 변화를 가져다 줄 지 주목된다.

블록체인은 특정 데이터를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사용자 컴퓨터에 분산 저장해 해킹이 불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기술이다. 가상 화폐 거래 내역 등 데이터가 담긴 블록(block)을 잇따라 연결(chain)한 모음이란 뜻이다.

24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6개부처 합동 정부업무보고에서 “2018년을 블록체인이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역시 블록체인이 플랫폼 혁명의 중심에 있으며 향후 5~10년 내 큰 기술 성장을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 블록체인, 유통과정 투명하게 식품 관리에도 혁신

이처럼 블록체인 기술이 주목받는 가운데 유통업계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해리 스미트 로보뱅크 선임 분석가는 “식품 유통업체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효율을 높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로 식품 유통 과정을 더욱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식품 유통업체들은 이미 블록체인 기술에 뛰어들었다. 월마트, 네슬레, 돌푸드, 크로거, 유니레버 등 8개 식품·유통회사들은 IBM과 제휴를 맺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식품 안전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미국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는 IBM과 공동으로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을 적용한 식품 이력 추적시스템을 개발해 테스트하고 있다. 테스트 결과에 다르면 문제 식품이 어떤 경로를 통해 납품됐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이전에는 일주일이 걸리던 것이 새 시스템으로는 2.2초 만에 파악이 가능했다.

유통업체의 생명과도 같은 상품 품질관리 측면에서 혁명적 변화가 가능해지면서 유통업계의 시선도 쏠리고 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학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400달러 상당의 식품 유통 사기가 발생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기 부위 하나 하나에 블록체인을 이용해 도축지부터 DNA 정보까지 저장할 수 있면 식품유통이 완전히 투명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해리 스미트 분석가는 “식품의 유통 과정을 추적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생산부터 공급까지, 유통과정에 연관된 모든 당사자들의 행위가 블록체인으로 관리돼야 한다”라며 “이 방법으로 유통의 투명성을 높이는 사례가 나타나면 다른 업체들이 빠르게 후발대로 나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 유통방식 자체 바꿀 수도... 제조사-소비자 직접연결 

물류와 상품관리 외에도 유통 방식 자체에서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러시아 식료품 배달업체인 INS(Instamart)는 대형 소비재 유통업체인 유니레버, 네덜란드 축산 조합인 프라이스랜드캄피나, 미국 식료품 회사 마스 등과 구속력이 없는 각서에 서명했다.

INS는 블록체인 기반의 식료품 공급망을 구축해 도소매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제조업체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INS는 1%의 거래 수수료를 받고 사용자의 피드백을 제조업체에 신속하게 전달하고, 소비자에게 직접 마케팅하고 제조업체가 가격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최종 소비자 가격을 크게 낮추고 전통적인 유통업의 판도를 바꾼다는 것이다. 만약 INS의 구상이 성공한다면 제조업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급진적인 식료품 유통 방법이 슈퍼마켓 산업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국내 유통업체들은 아직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물류와 금융 분야에서는 도입의 물결이 일고 있고 대기업 IT 업체들도 블록체인 활용 서비스 개발에 나선 상태다.

한 유통업계 전문가는 “아직 도입단계이기 때문에 국내 유통업계에 영향을 끼친다는 시각은 섣부르다”며 “다만 잠재력이 큰 기술이기 때문에 국가차원에서도 지원에 나선만큼 기술을 연계한 생태계 구축에 대한 유통업계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