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포토] 논어, 손자병법, 주역 읽지 마라

<이렇게 읽을 거면 읽지 마라> 다오얼덩 지음 | 김영문 옮김 | 알마

2017-05-30     박세리 기자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표지가 강렬하다. 대각선으로 그어진 붉은 선과 <이렇게 읽을 거면 읽지 마라>(알마.2017)는 마치 ‘그따위로 할 거면 하지 마!’란 훈계가 서린 듯한 느낌이다. 제목 글자마다 이어진 붉은 선들은 을씨년스러움을 더한다. 마치 붉은 액체가 흘러내리거나 번진 듯한 착각을 준다.

표지가 시선을 오래 잡는 또 다른 이유는 표지에 쓰인 읽지 말라는 대상인데 바로 책 목록이다. 산해경부터 논어, 손자병법, 주역 같은 고전은 물론이고 노자, 맹자, 장자, 이백, 왕유 등 중국의 내로라하는 사상가들도 읽지 말란다. 당연히 ‘아니 왜?’ 의문이 들 터, 호기심 유발을 목적으로 한 디자인이라면 성공적이다. 한 번은 더 들춰보게 만드니 말이다.

사실 원제<不必讀書目>는 해석하면 ‘읽을 필요가 없는 도서 목록’이란 뜻이다. 중국 논단에서 가장 뛰어나다 평가받는 다오얼덩이 무조건적인 고전 읽기, 단일한 관점으로 고전을 찬양하는 태도를 낡은 견해라 비판하고 읽으려면 알고 읽으라 조언하는 책이다. 저자의 필체에 기백이 넘친다. 다만, ‘~하지 마라’다 보니 시종일관 훈계받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