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빚' 좋은 개살구, 대선주자 '채무탕감' 공약
포퓰리즘 공약 아닌 근본적 해결책 제시해야
[화이트페이퍼=김시은 기자] 5월 ‘장미대선’을 앞두고 차기 대선주자들이 ‘채무탕감’ 공약을 내걸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조6000억원 규모의 악성 채무를 사실상 탕감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신용불량자 203만명이 빚 부담을 떨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생계형 부채 보유자 490만명의 빚을 탕감하는 ‘신용대사면’ 공약을 들고 나왔다.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채권 288만건 중 재정부담이 없는 신용회복기금 이관분 178만건을 우선상각하고, 1000만원 이하의 장기 금융채무 불이행자 7만명에 대해서는 해당 채권을 매입하거나 금융기관의 자체 상각을 유도해 채무를 탕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해당 공약들은 가계빚이 경제 뇌관으로 떠오르자 ‘빚 깎아주기’를 통해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공약'의 방점으로 읽힌다.
사실 대선 시즌마다 대선주자들은 ‘채무탕감 카드’를 필살기처럼 꺼내왔다. 한표 한표가 절실한 후보들이 거치는 관례로 굳어졌다.
그러나 매번 잡음은 끊이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민행복기금 공약’이 그렇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 신용회복기금은 ‘국민행복기금’으로 확대 개편됐다. 그해 2월말을 기준으로 1억원 이하의 채무를 6개월 넘게 연체한 채무자의 빚을 최대 50% 탕감하고 나머지는 10년에 걸쳐 갚을 수 있도록 했다.
박 전 대통령은 해당 공약을 시행하면 300만명의 채무자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밝혔지만 뚜껑을 여니 실수혜자는 67만명에 그쳤다. 지원대상을 가르면서 갈등은 커졌고 해당 공약에 늘 따르는 도덕적 해이도 불거졌다.
어려운 형편에도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채무자들에겐 되레 박탈감을 느끼게 했고 상환능력이 있어도 갚지않고 선거 때를 기다리는 경우도 적지않았다. 공약 이행 전이나 후나 채무 불이행자의 수가 줄지 않은 점이 이를 증명한다.
실효성은 차치하더라도 나라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는 ‘가계빚’에 대한 차기 대통령 후보들의 태도는 안타깝다.
돈을 꾼 사람이 돈을 제때 갚아야 하는건 당연지사다. 질서를 깨지 않으면서 빚을 ‘잘 갚을 수 있도록' 돕는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