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상품권? 지난해 발행규모 9조원 '폭증'
[화이트페이퍼=이아람 기자] 지난해 백화점·대형마트·정유사 등에서 발행하는 상품권 규모가 9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제대로 통계에 잡히지 않아 불투명한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규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일 한국조폐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조폐공사가 발행한 유통사·정유사·전통시장 등의 상품권 발행규모는 9조552억원으로 전년(8조355억원)보다 1조197억원(12.7%) 증가했다.
조폐공사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전체 상품권의 90% 이상을 발행한다, 상품권 발행규모가 9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으로 2011년과 비교하면 규모는 2배 가까이 불어났다.
특히10만원권 이상 고액상품권 발행액은 지난해 5조283억원으로 전체의 57.5%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액면가가 50만원 이상인 고액의 유통사 상품권 발행액은 1조3570억원으로 전년보다 16% 증가했다.
유통사의 10만원짜리 상품권 발행액도 3조5500억원에서 3조7300억원으로 5% 늘었다.
백화점 등 유통사 입장에서 상품권 발행은 신규 매출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으며 사용되지 않아도 이미 판매가 완료돼 손해가 없다. 소비자로선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데다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에 상품권을 구매할 수도 있다.
경제가 어려울 때 상품권 발행 증가는 지하경제가 확대로 해석되고 있다.
액면가로 따졌을 때 연간 9조원 이상의 상품권이 시중에 풀렸음에도 한국은행의 통화량 산정에서는 포함되지 않는다. 누가 언제 어디에서 쓰는지도 파악할 수 없어 리베이트나 뇌물, 기업 비자금 조성 등에 악용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박광태 전 광주시장은 법인카드(업무추진비 카드)로 20억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산 뒤 이를 되팔아 현금을 챙기는 '상품권깡'을 했다가 지난해 대법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은 바 있다.
특히 청탁금지법 시행 후 3개월간 법인카드로 상품권 구매가 급증하면서 법망 피해가기의 의혹은 짙어지고 있다.
상품권은 정부 부처 인가를 받아야만 발행할 수 있었지만 1999년 상품권법은 폐지됐다. 이후 1만원권 이상 상품권을 발행할 때 인지세를 내는 것을 빼면 금융당국 감독이 사실상 없는 상태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을위한시민연합(경실련) 같은 시민단체에서는 새로운 상품권법 입법 청원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