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그물 피해가기 '법인카드 상품권'?

작년 4분기 구매 20.5% 급증...현금화 가능 매력

2017-02-28     이아람 기자

[화이트페이퍼=이아람 기자]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법인카드의 백화점 상품권 결제금액이 큰 폭으로 증가하자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28일 여신금융협회와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개인카드로 백화점 상품권을 결제한 금액은 전년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반면 법인카드로 결제한 백화점 상품권 구매액은 20.5% 늘며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폭을 보였다.

연말이기도 했으나 청탁금지법 시행 이전인 지난해 3분기에는 추석 연휴(9월 14∼18일)가 있었음에도 백화점 상품권 법인카드 매출액은 7.3% 증가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해도 높은 증가폭이다.

이에 청탁금지법 시행 후 법인카드를 이용한 접대가 어려워지자 법인카드로 상품권 사서 법망을 피해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상품권의 경우 누구 얼마를 쓰는지 확인이 어렵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백화점 상품권의 경우 백화점뿐 아니라 호텔, 레스토랑, 리조트 등 계열사와 제휴 업체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접대비로 지불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특히 고액 상품권은 이전부터 누가 구매하고 누가 어떻게 쓰는지 파악하기 어려워 리베이트, 기업 비자금 조성, 뇌물 등 불투명한 자금 거래에 쓰일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따라 청탁금지법 시행을 계기로 폐지됐던 상품권법을 다시 제정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만 상품권 발행이 가능했던 상품권법이 1999년 폐지되면서 1만원권 이상 상품권을 발행할 때 인지세를 내는 것을 빼면 금융당국의 감독은 사실상 전무하다.

상품권의 또 다른 문제점은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급전이 필요한 개인이나 기업들이 신용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하고서 수수료를 뗀 뒤 되팔아 액면가의 95%가량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한편, 기업의 백화점 상품권 구매는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설 연휴에는 백화점의 선물세트 매출액이 줄어든 가운데 상품권 매출액만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