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 참기힘든 유혹 '창구 수수료'
서비스 질 개선되야 소비자 납득
[화이트페이퍼=김시은 기자] “수수료 인상은 은행권에서도 가장 민감한 문제입니다. 도입까지 걸리는 기간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고객들의 반발도 상당해 섣불리 시도하기 어렵죠.”
시중은행 관계자의 말이다. 화이트페이퍼와의 통화에서 이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창구거래 수수료’ 신설 검토와 관련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지난 14일 국민은행이 창구 입출금 거래에 대해 수수료를 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씨티은행이 내달부터 계좌유지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한데 이어 국민은행도 수수료 항목을 추가하는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고 아직 검토 단계라 자세한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은행 고객들은 즉시 거부감을 드러냈다. 20대 A씨는 “이럴거면 모든 창구를 사이버화하고 점포를 없애는게 맞다. 전국 지점이 1000개가 넘는 대형은행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결국 인터넷은행인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50대 B씨는 “인터넷뱅킹이나 자동화기기 이용에 서툰 연령층은 돈을 더 내야하는 상황”이라며 “부과 대상과 면제대상을 꼼꼼이 설정하고 많이 보완해 도입해야 할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은행의 서비스는 무조건 공짜로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고객들의 사고방식에도 문제는 있다. 금융사 역시 기업이기에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정당한 값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실제 국내 은행의 현행 수수료 수준은 해외 은행에 훨씬 못미친다.
예컨대 국내 은행의 송금 수수료는 500~3000원 선이지만 미국은 30달러대(3만원대), 영국은 25파운드대 (3만원대), 일본은 640~860엔6500~8600원대)에 달한다.
이처럼 수수료가 해외 은행에 비해 저렴한 상황인데다 장기화된 저금리 기조로 인한 영업수익이 변변치 않은 마당에 창구 수수료 수익은 은행이 참기 힘든 유혹이었을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수수료 인상, 신설 과정에서 고객들을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수수료에 대한 국내고객과 해외고객의 생각차이를 인정하고 수수료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왜 돈을 더 내야 하는지’에 대해 인상의 근거와 배경을 친절히 공개하고 고객을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값을 더 받으면 서비스의 질 역시 지금보다 개선돼야 하는 점도 놓쳐선 안될 대목이다. 소비자의 효용가치를 높이려는 노력 없이 수수료를 올리거나 신설하면 그저 수익증대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해버리는 꼴이 된다. '정당한 값'이 될지 '아까운 생돈'이 될지는 은행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