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책읽기] 잔혹한 폭력 '싫지 않아'... 인간의 은밀한 본능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 진중권 지음 | 천년의상상

2017-01-24     박세리 기자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 <검은 고양이>는 한 남자가 술에 중독되어 폭력을 일삼다 아내를 죽이고 벽에 시체를 숨긴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며칠 후 벽 속에서 부부가 기르던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와 범죄가 발각되고 만다는 섬뜩한 소설이다.

이처럼 으슬으슬하고 섬뜩한 이야기는 소설의 소재로 자주 다뤄진다. 그만큼 인간이 섬뜩한 이야기에 매료된다는 뜻이다. 왜 그럴까.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천년의상상.2017)에 따르면 프로이트는 이런 현상을 ‘섬뜩함’과 ‘친숙한 낯섦’으로 규정했다.

‘왜 우리는 섬뜩한 얘기에 매료되는가. 흔히 인간을 이성적 동물이라 부르지만 그 알량한 이성의 표피 아래에는 어두운 심연이 깔렸다. 바로 잔혹성, 가학성, 피학성으로 표출되는 죽음의 충동이다. 하지만 사회화와 문명화 과정에서 이 위험한 충동은 철저히 억압된다. 그 결과 우리는 폭력성과 잔혹성에 극도의 혐오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억압된 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표현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심층에서 우리는 외려 혐오스러운 것들에 은밀히 끌린다. 이제는 낯설어졌지만 그 충동은 한때 우리에게 친숙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본문 중, 일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