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책읽기] 죽음 앞둔 병자 웃게 한 아기 발바닥

<세상에 예쁜 것> 박완서 지음 | 마음산책

2017-01-10     박세리 기자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고통스럽던 병자의 얼굴에 잠시 은은한 미소가 떠오르면서 그의 시선이 멈춘 곳을 보니 잠든 아기의 발바닥이었다. 포대기 끝으로 나온 아기 발바닥의 열 발가락이 “세상에 예쁜 것” 탄성이 나올 만큼, 아니 뭐라고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예뻤다. 수명을 다하고 쓰러지려는 고목나무가 자신의 뿌리 근처에서 몽실몽실 돋는 새싹을 볼 수 있다면 그 고목나무는 쓰러지면서도 얼마나 행복할까. 병자도 지금 그런 위로를 받고 있음이 분명했다. 아기의 생명력은 임종의 자리에도 희망을 불어넣고 있었다. 찬탄이 절로 나왔다. <세상에 예쁜 것>(마음산책.2012) 중에서.

저자의 지인이자 죽음을 앞둔 병자는 혀조차 굳어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런데 순간 병자의 얼굴에 피어오른 은은한 미소, 그 눈길 끝자락에 걸려 있던 것은 잠든 아기의 발바닥이었다. 생명의 찬란한 힘은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마음에 생기를 스며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