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또 엄포에 그칠 은행 가산금리 '맹탕조치'

"금리 산정체계 점검은 형식적 조치"

2016-12-23     김시은 기자

[화이트페이퍼=김시은 기자] “의례적인 조치라고 보는 시각이 많죠. 말하자면 가산금리의 상한선을 낮추겠다는건데, 지켜보고는 있습니다만 현 상황에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거라고 봐요.”

최근 만난 시중은행 관계자가 가산금리 산정체계 점검 조치에 대해 한 말이다. 지난 12일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들의 불합리한 가산금리 산정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대출금리 체계 모범규준'을 뜯어고치겠다고 밝혔다.

은행의 가산금리는 기준금리에 신용상황을 감안해 더하는 일종의 위험가중 금리로 은행이 조달원가, 경상비, 대출 정책과 상황에 따라 자율로 정하고 있다.

당국이 이같은 조치를 취하자 은행권에서는 "금리는 시장자율에 맡겨야 하는데 왜 당국이 간섭을 하느냐"는 반발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기자가 만난 은행 관계자처럼 ‘시늉’에만 그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 은행권의 ‘가산금리 산정’ 문제는 국내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을 때마다 심심찮게 등장했던 이슈다. 그때마다 당국과 정부는 코픽스 도입, 가산금리 합리화에 대해 논의했지만 싱겁게 끝을 맺어 금리이슈는 꺼지지 않는 불씨로 남았다.

이번 금리장사 이슈도 마찬가지다. 초저금리 시대에도 대출금리가 4%대까지 치솟아 여론의 비난이 일자 금융당국이 부랴부랴 산정체계 점검에 나선 격이다.

이번에도 맹탕 조짐은 보인다. 당국은 "이번 점검은 금리 산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졌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지 금리가 높은가 낮은가를 따지는 게 아니다"라며 "합리적인 시스템에 의해 산출된 금융회사의 금리는 존중돼야 한다"는 모호한 취지를 내놨다.

전문가들 역시 금리 재량권을 명목으로 슬그머니 이익을 챙기는 은행도 문제지만 논란이 커진 후에야 조치에 나선 당국 또한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A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방관만 하다가 언론에서 ‘금리장사가 과하다’는 식의 기사 쏟아져 나오니까 조치에 나선 것인데 그마저도 적극적인 개입의 의지는 안보인다"며 "형식적 개입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전했다.

당국과 은행권이 구속력도 없는 모범규준 손질로 여론 달래기식 조치를 취하는 동안에도 가계부채 뇌관은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