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보증기금, 부실 대기업 자금 대느라 중소기업은 찬밥
중소기업 보증 2013년의 절반...설립취지 훼손
[화이트페이퍼=이아람 기자] 금융위원회가 부실 대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신용보증기금을 동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신용보증기금이 정작 지원해야할 중소기업은 외면했다. 신용보증기금은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중소기업지원을 위한 유동화보증 규모는 1조 7081억원으로 줄었다. 2013년 3조 4107억원의 50% 수준으로 반토막 난 것이다.
반면 부실대기업 지원을 위한 시장안정 P-CBO(자산담보부증권)는 2013년 3조 4444억원에서 6조 3771억원으로 배가 늘었다.
심의원은 "신용보증기금이 정부에 떠밀려 대기업 회사채를 보증하느라 애꿎은 중소기업만 피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P-CBO(Collateralized Bond Obligations)는 신규로 발행되는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자산담보부증권이다.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기 힘든 기업의 신규 발행 채권을 모아 신용보증기금 보증을 거쳐 발행된다.
신용보증기금은 지난 2003년 중소·중견기업의 자금난 완화를 위해 이들이 발행한 회사채에 지급보증을 서주는 유동화회사보증(P-CBO) 제도를 도입했다.
심 의원에 따르면 정부가 신보로 하여금 부실대기업에 보증토록 한 규모는 한진해운 4306억원, 현대상선 4675억원, 동부제철 1853억원이다.
문제는 한진해운처럼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 부실화된 경우 이들 계정을 이용한 중소기업들도 고스란히 피해를 본다는 사실이다. 이 계정이 부실화되면서 중소기업의 차환(보증 연장)이 축소되거나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신용보증기금은 유동화회사보증(일반유동화계정)에 있는 자금으로 중소기업의 차환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의원은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며 비판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매번 이름을 달리해 신용보증기금의 팔을 비틀었다고 주장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에는 '은행자본확충펀드'라는 이름이었다.
올해 정부는 또다시 '국책은행 자본확충 계획‘이라는 이름을 내놨다. 한국은행에서 기업은행으로 그리고 다시 자본확충펀드로 이어지는 대출에 대해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서도록 한 것이다.
심 의원은 "금융위원회가 부실대기업 지원을 위해 신용보증기금을 계속 동원하는 것은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신용보증기금의 설립취지를 훼손하고, 중소기업 지원을 약화시켜 결과적으로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