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몰아준 기업대출 부메랑? 중소기업 자금줄 '뚝'

우량 중소기업, 안그래도 높은 대출 문턱에 자금 압박

2016-10-10     이아람 기자

[화이트페이퍼=이아람 기자] 중소기업대출 외면하고 대기업 대출에 쏠려있던 은행들이 기업 구조조정으로 대기업 대출 연체율이 증가하자 기업 대출 자체를 줄이려는 모양새다. 이에 연체율도 양호한 중소기업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10년간 여신규모 '대기업 4배 VS 중소기업 2배' 증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기업의 정책금융 비중 현황’을 분석한 결과, 국내 기업 전체 여신액 가운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정책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5년 21%에서 2015년 28%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내은행의 기업여신은 2005년 289조원에서 2015년 755조원으로 10년 사이 2.5배 이상 증가했다. 이중 대기업 여신은 39조원에서 179조원으로 4배 이상 증가한데 반해 중소기업 여신은 249조원에서 576조원으로 2배 증가에 그쳤다.

국내은행 전체 대출 중 대기업 비중은 13.74%에서 23.72%로 10%포인트가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 비중은 86.26%에서 76.28%로 10%포인트 감소했다. 대기업 여신은 특히 기업은행, 산업은행과 같은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늘었다.

■ 대기업에 비해 연체율 낮은 중소기업

은행의 기업대출이 대기업에게 쏠리고 있지만 전체 대출액에서 한 달 이상 연체된 원금과 이자 금액의 비중을 의미하는 연체율은 중소기업이 훨씬 낮다.

금융감독원의 ‘국내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1년 전보다 1.55%포인트 상승한 2.59%로 조사됐다.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지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3달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STX조선해양이 지난 5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기존 대출금이 상환되지 않고 연체되면서 연체율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STX중공업의 7월 법정관리 신청과 대우조선해양까지 정리되면 대기업 연체율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대출연체율이 2%를 웃도는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연체율은 1%를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월 말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93%다. 전월 말보다 0.11%포인트 올랐지만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0.06%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 대기업 부진에 중소기업 대출 '유탄'

한국은행의 ‘최근 5년간 은행의 중소기업대출비율 제도 준수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중소기업대출비율 준수율은 30.76%에 그쳤다.

중소기업대출비율제도는 금융기관 대출증가액 중 일정비율 이상을 중소기업에 지원하도록 하는제도다. 금융시장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기업이 원활한 자금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현재 시중은행은 원화금융자금대출 증가액의 45%이상, 지방은행은 60%이상을중소기업에 지원해야 한다.

지난달 말 기준 한은 대출금에서 금융중개지원대출 잔액은 16조 8021억원이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0.5-0.75%수준의 초저금리로 자금을 지원해 시중은행이 중소기업에게 그만큼 저렴하게 대출을 공급하도록 한 제도다. 한국은행이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5조원 늘린 25조원으로 책정하며 중소기업 대출 지원에 나섰지만 그 혜택은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은행들은 경기둔화와 실적 부진을 이유로 대기업과 더불어 중소기업 대출까지 조일 것으로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금융이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4분기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태도지수는 –17로 대기업(-13)보다 더 대출문을 조이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대기업 부진에 대출금을 잘 갚고 있는 중소기업이 엉뚱하게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은행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며 "안그래도 높았던 중소기업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지면서 다른 자금처가 없는 중소기업들은 자금조달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