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 하는 사이에 '억' ... 그 많은 '착오송금' 못 막나

금감원 "지난해 신고 6만 건 중 절반 돌려 못받아"

2016-09-05     김시은 기자

[화이트페이퍼=김시은 기자] 지난달 9일 60대 여성 A씨는 텔레뱅킹으로 부동산 계약금 1억원을 농협계좌에서 수협계좌로 이체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했고 1억원은 엉뚱한 사람의 계좌로 들어갔다. A씨는 곧장 송금은행에 전화를 걸어 착오송금 사실을 알려 조치를 취했지만 이미 수취인이 1억원을 모두 인출해간 뒤였다. A씨는 한달여가 지났지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모바일뱅킹과 인터넷뱅킹의 이용률이 늘면서 착오송금 건수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지만 100% 반환받을 보장이 없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처법을 미리 익혀두는 것도 좋지만 수취인이 거부하면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에 예방만이 최선책이다.

■ 사망인·압류 계좌인 경우 돌려받기 어려워

이미 착오송금이 발생한 후라면 즉시 거래한 은행 영업점이나 콜 센터에 접수해야 한다. 착오송금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거래은행에 알리면 거래은행이 수신은행에 사실을 통보하게 된다.

신고를 했다 해도 돈을 돌려받을 수 없을 가능성은 크다. 현행법상 착오송금액은 수취인의 예금이기 때문에 수취인의 동의 없이는 자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착오송금 신고건수 6만 건 가운데 수취인이 반환을 거부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아 돈을 돌려받지 못한 사례는 3만 건에 달한다.

특히나 착오송금으로 돈을 수신한 계좌가 압류계좌라면 더욱 반환절차가 번거로워진다. 예금에 대한 권리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휴면계좌이거나 사망한 사람의 계좌일 때도 예금주와 연락이 닿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반환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 '간편'송금 손 보면 '불편'해질수도...예방이 최선책

수취인이 거부하면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만큼 모바일과 인터넷송금 프로세스를 개선해 착오송금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특히나 비대면 송금 때 돈을 받는 사람의 이름을 반드시 적도록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예컨대 법인명이나 이름을 송금인이 직접 입력하게 해 크로스 체킹을 하면 착오송금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당국은 지난해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의 송금 절차를 개선했지만 수취인 정보 확인을 강화하는 개선안은 수취인 정보를 굵은 글씨체나 튀는 색깔로 강조하는 선에 그쳤다. 착오송금이 전체 은행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00001%에 불과해서다. 금감원 은행감독국 김용태 팀장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핀테크 간편송금을 편리하게, 아무 문제없이 이용하고 있다"며 "0.00001%를 위해 대다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게 사회적 비용 개념에서 합당한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 거금을 송금할 땐 ‘지연이체 서비스’

금융전문가들은 큰 금액을 송금할 땐 가급적 ‘지연이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지연이체 제도는 인터넷, 모바일, 텔레뱅킹을 이용해 자금을 이체할 때 송금 시점에서 일정시간이 경과한 후에야 지급효력이 발생하도록 한 제도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국은 세 시간 정도 송금을 지연시킬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연이체 서비스는 개입과 법인 모두 이용할 수 있지만 별도 신청을 거쳐야 한다. 인터넷뱅킹 신청은 일부 은행에서만 가능하지만 창구 신청은 모든 은행에서 가능하다.

지연이체를 신청해도 ▲고객 본인 명의의 당행 타계좌로 이체할 때 ▲본인이 지정한 일정금액 이하로 이체할 때 ▲즉시이체 가능하도록 지정한 계좌로 이체할 때에는 즉시 이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