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스톡스50 선물' 출시 두 달...출발 창대했으나 천덕꾸러기
"파생상품 시장 규제 때문" vs "아직 평가 시기상조"
[화이트페이퍼=이혜지 기자] 국내 파생상품 시장에 상장된 유로스톡스50 선물. 환전 없이 원화로 직접 거래할 수 있어 상장 초기에 큰 각광을 받았지만 이후엔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실제로 국내 시장의 하루 거래량은 미미하다. 이 때문에 존립 자체에 의문을 갖는 비판의견이 있다. 반면에 아직 상품의 실효성을 논할 단계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유동성이 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심해진 규제 때문에 파생상품 시장이 위축되었다고 설명한다.
■ "선물은 변동성이 커야하는데...유럽과 시차 7시간"
한국거래소는 지난 4월 20일, 사상 처음으로 독일 Eurex거래소와 유로스톡스50선물, 미니 코스피200선물을 교차 상장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독일 Eurex거래소에서 코스피 200 지수를 기초로 하는 선물과 옵션 야간시장도 열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당시에 "국내 최초 상장되는 유로스탁스50선물은 국내 투자수요를 충족하고 거래소가 글로벌로 나아가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럽파생상품거래소(Eurex)에 상장된 유로스톡스50 선물의 상장 이후 국내 시장에서 하루 평균 거래량은 48계약에 머물렀다. 하루 평균 약정 수량이 50계약에도 미치지도 못한 것이다. 첫 상장일인 지난 6월 27일에는 총 1142계약이 거래됐지만 이날 첫 날 뿐이었다.
이로 인해 유로스톡스50 선물의 실효성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럽 시장에서 거래되는 유로스톡스50 지수의 가격변동에 따라 실시간으로 매도, 매수를 해야 하는데, 거래가 중단되는 유럽장에 국내 거래 시간에 유로선물을 거래할 이유가 없다"며 "거래소는 유로스톡스50 선물을 내놓기 전에 충분히 고민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거래소와 교차 상장한 독일과 한국의 시차는 7시간 차이다. 한국 시간 기준으로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 30분까지 독일 증권시장이 열린다. 국내 증권시장이 마감한 시간에 열리는 것이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싱가포르에서 중국의 A50 선물지수를 교차 상장해 활발히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와 같은 선례를 거래소가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싱가포르와 중국의 시차가 없는 점을 고려해 거래 유동성을 확보했고, 활발한 거래를 이끌어 교차 상장에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 "지나친 국내 파생상품 시장 규제, 투자자들 해외서 직접 거래"
반면 유로스톡스50선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비판도 있다. 7~8년 전부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과한' 규제로 국내 파생상품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으며, 유로스톡스50선물도 이 중 하나의 사례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유안타증권 이중호 연구원은 "국내 파생상품 시장은 규제가 너무 세다. 반면 해외 파생상품 시장에 국내투자자들이 직접 투자하는 경우엔 거의 규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국내 파생상품 투자가 해외 직접 투자보다 오히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파생상품 시장에서 직접 거래를 하려면 거래소에서 온라인 교육, 모의 거래, 3000만원 예탁금 등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규제가 덜한 해외 시장에 직접 눈을 돌린다.
이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달러 계좌를 만들어놓고 해외에서 유로스톡스를 거래하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선물 상품을 직접 투자했을 경우에는 레버리지가 더 큰 상품들도 많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들을 위해 국내 파생상품 시장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의 많은 규제들이 오히려 국내 투자자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다. 그는 "유로스톡스50 선물의 시차 문제는 상품 구조를 리모델링하면서 점차 수정이 가능하지만, 시장 접근 자체는 더 큰 맥락의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 "시간이 지나야 관심도 받고 유동성도 커져"
상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유로스톡스50 선물의 실효성을 논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상품의 유동성이 커지려면 시간이 제법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인지도가 생겨야 한다는 것이다.
김지혜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 상품은 상장한지 얼마 안됐다. 해외지수 선물을 상장한 게 처음이라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물 상품은 유동성이 늘면 늘수록 매력도가 커지는 상품이다. 처음이라 시행착오도 있지만 아예 실효성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상품이 어떤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상품인지, 상품을 잘 소개하고 널리 알려 인지도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