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마다 '높은 보안 장벽'...인터넷뱅킹 이용 '진땀'
공인인증서 긴 암호 요구, 복잡한 보안프로그램..."차라리 창구가 편해"
[화이트페이퍼=이아람 기자] 대학생 A씨는 국가장학재단 장학금 신청을 위해 급하게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았다. 인터넷뱅킹 이용을 하려 했으나 당시 입력했던 비밀번호가 도저히 생각나지 않았다. 결국 A씨는 공인인증서 발급을 다시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복잡한 암호를 잊지 않기 위해 휴대폰 메모장에 비밀번호를 써두기로 했다.
최근 은행들이 보안 상의 이유로 소비자에게 어려운 공인인증서 암호, 보안프로그램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어 소비자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 암호, 길고 복잡할수록 보안에 유리할까?
2-3년 전만 해도 은행 공인인증서의 비밀번호는 숫자와 영문을 조합한 8글자였다. 평소 우리가 사용하는 비밀번호 4-6글자보다는 조금 많지만 외우기 어려운 수준은 아니었다.
요즘 은행권 공인인증서 암호 규칙이 한층 더 까다로워졌다. 구체적으로 보면 ▲10글자 이상의 길이 ▲영문자, 숫자, 특수문자가 각각 하나 이상 ▲연속된 3개의 문자 사용 불가 ▲연속된 3개이상의 같은 문자 사용 불가 등의 조건을 달고 있다.
그러나 암호를 5번 이상 틀리면 공인인증서를 새로 발급받아야 한다. 공인인증서를 새로 발급받기 위해서는 휴대폰, ARS 등 2단계의 이상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새로 발급받은 공인인증서는 은행마다 다시 등록하는 과정도 반복해야 한다.
이에 대해 라온시큐어 이종호 연구원은 “암호가 길수록 보안에 유리하다”며 “8자리 암호의 경우 해커들이 쉽게 깰 수 있지만 10자리 이상에 특수문자가 섞이면 해킹에 걸리는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사용자들이 긴 암호를 외우지 못하고, 휴대폰이나 컴퓨터에 저장 해놓는 경우가 늘어나 오히려 보안의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보안을 위한 규칙이 오히려 보안을 약화시키는 형국인 것이다.
■ 보안프로그램 깔다 시간 다가... '차라리 은행 창구가 편해'
고객이 금융 업무를 위해 은행 홈페이지를 접속하는 일도 큰 부담이다.
은행들이 액티브엑스(ActiveX)를 벗어 던져 불편함이 줄었으나 인터넷뱅킹을 사용하려면 아직도 3-5개의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더욱이 은행마다 다른 보안프로그램을 요구하면서 사용자의 컴퓨터에서 충돌이 일어나는 등의 문제도 발생한다.
신한, KB국민, 하나, 우리, 농협, 기업 등 6곳의 은행 인터넷뱅킹 사이트에 들어간 결과, 공인인증서 보안의 경우 KeysharpNxBiz(기업은행), Wizvera Delfino(신한은행), WizIn-Delfino G3(국민은행), WizIn-Delfino G4(KEB하나은행), AnySign(우리은행), INISAFE CrossWeb EX(농협)으로 모두 달랐다.
개인 PC방화벽을 요구하는 은행 4곳 중 같은 프로그램을 쓰는 곳은 2곳이었다. 그 외에도 은행마다 키보드보안, 보안브라우저, PC정보수집 등을 위한 보안 프로그램 설치를 추가적으로 요구했다. 통합설치 프로그램만이 Veraport로 통일된 모습을 보였다. 인터넷이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은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차라리 오프라인 은행 창구를 찾는 편이 훨씬 낫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보안 프로그램을 모두 통일하게 될 경우 한 곳의 취약이 모든 은행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일부 은행은 간단한 상품검색을 할 때도 보안프로그램 설치를 요구한다. 신한은행의 경우 사용자들이 상품 검색 결과를 보기 위해 공인인증서 보안프로그램, 개임PC방화벽 프로그램, 키보드 보안프로그램 3가지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보안을 좀 더 중요시하면서 홈페이지를 구축한 결과"라며 "올 하반기에 편의성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홈페이지 개편에 들어가 내년 상반기 안으로 완료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