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아빠 닮았네”... 친자식임을 확인 시키려는 심리
<자기의 심리, 이런 거였어?> 박지영 지음 | 신영북스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아빠 닮았네”라는 말을 하거나 들은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말에 숨겨진 진화심리학이 있다.
<자기의 심리, 이런 거였어?>(신영북스.2016)에 따르면 여기에는 인간의 심리가 깊게 개입되어 있다. 감식가들에게 아빠와 엄마의 사진을 보여주고 난 다음 신생아가 누구를 더 닮았는지 물었을 때 그들은 엄마를 주로 선택했다. 하지만 연구결과를 보면 세 명 중 두 명의 여성이 아기가 아빠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아기의 엄마의 경우 80%가 같은 대답을 했다.
이런 상반된 결과는 아기가 아빠의 유전자를 가진 자식이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인정해 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아기는 엄마가 낳았기 때문에 당연히 엄마의 유전자를 50% 지니고 있을 테지만, 아빠의 자식이라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단순히 정자를 건네주는 남자의 입장에서는 이 아기가 정말 내 아기인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 따라서 무의식중에 아빠를 닮았다는 말을 하면서 이를 확인시켜 주려는 심리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다음이다. 외할머니가 손주에게 정성을 가장 많이 투자하는 경향을 보이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직접 낳은 ‘확실한’ 딸이 낳은 ‘확실한’ 손주. 즉, 심리적으로 아이에게 자신의 유전자를 가장 온전히 전해주었다고 확신하는 사람이 바로 외할머니라는 말이다. 저자는 외조부모, 특히 외할머니가 쏟는 정성이 친가보다 훨씬 월등한 이유를 이와 같은 관점으로 설명했다.
이렇게 볼 때 아기에게 자신의 유전자가 가장 없으리라는 심리적 기제를 가진 사람은 친할아버지가 된다. 이런 경향은 고모와 이모, 삼촌과 외삼촌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마찬가지다. 남자보다 여자인 고모나 이모가 아이에게 더 투자하고 친가 사람 고모나 삼촌보다는 외가 사람인 이모나 외삼촌이 아이에게 더 많이 투자한다. (본문 중) 일부 수정.
재미있는 해석이지만, 이런 내용을 일반화할 수는 없다. 평균 신장이 남자가 여자보다 크지만, 남자보다 키가 큰 여자도 있듯 말이다. 다만 “아빠 닮았다”는 말을 누가 더 많이 하는지 지금부터 눈여겨보면 정말 책의 설명을 직접 관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