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저녁 여유마저 사라지나요?”..주식·외환 거래 30분 연장에 증권맨 깊은 시름
거래 늘고 MSCI 선진지수 편입에 유리..조출·불안정 점심 이어 퇴근 늦어질 걱정에 한숨
[화이트페이퍼=이혜지 기자] 국내 주식·외환시장 거래 시간이 7월 1일부터 30분 연장된다. 오후 3시에 마감하던 체제에서 3시 30분에 마치게 된다.
정부와 한국거래소는 주식과 외환 거래 대금이 늘어나 금융시장이 두터워지고 금융회사 수익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고 해외상품과 가격 괴리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앞세운다. 여기다 한국의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 지수 편입에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7시 출근도 이르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조기출근해야 하고 점심에 밥먹는 것도 눈치봐야 하는 여의도 증권가 직원들의 시름은 깊다. 다른 사무직 업무보다 집중 근무시간 동안 업무 강도가 가장 센 편에 속하는 직업 특성 탓이다. 증권가 직원들의 작은 소망은 하루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저녁시간'이 삶의 활력소인데 이마저 흔들릴까 걱정하고 있다.
과연 증시 거래 시간을 30분 늘리는 것이 거래량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효율적인 처사'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 이들도 있다. 30분 거래를 늘려 퇴근 시간을 늦출 거라면 예전처럼 점심시간이라도 거래를 중단하자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 "증권사 직원들 소박한 행복은 저녁 시간"
출근했을 때부터 퇴근할 때까지, 점심시간 조차도 핸드폰에 고개를 숙이고 주식 거래 관련 업무에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 증권사 직원들에게 30분 연장은 피로 누적의 기폭제로 간주된다.
A증권사 한 관계자는 "증권 거래가 끝나도 증권사 직원들은 정산 업무나 후선 업무를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데 30분 늘리면 업무량이 30분 비례해서는 느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증권 업계가 타 업종에 비해 업무 강도가 센 것을 감안하면 업무 시간이 느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B증권사 관계자는 "30분 연장으로 일하는 시간이 늘어난다면 급여를 올려주는 등 그에 상응하는 보상도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반면에 거래시간 연장이 업계 직원들의 업무 강도를 높이는 쪽으로 작용한다고만 볼 수는 없다는 주장도 공존하고 있다.
익명을 청한 금융투자업계 한 전문가는 "최근 거래 전산을 컴퓨터가 대체해 거래시간 연장이 증권업계 종사자들의 업무 연장으로 무조건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선진국은 증권 거래시간을 점차 늘려가는 추세라고 반박했다.
■ "거래 30분 늘리면 유동성 확대" 기대감 반신반의
3시에 끝나던 거래를 30분 늦춘다고 거래 유동성이 크게 늘기보다는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거래소 노조 한 관계자는 "투자 시간을 늘린다고 거래 유동성이 무조건 확대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거래시간을 연장할 거라면 홍콩처럼 점심시간에는 거래를 중단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 펀드를 비롯해 운용규모가 큰 투자자들은 종가에 따라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점심시간을 만들어 거래가 중단되면 종가가 하루에 두번 결정되는 셈이어서 투자가 더 활발해지기 때문에 한국거래소 수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의견도 내놨다.
아울러 외국인 투자는 늘어나겠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액을 늘리는 효과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대두했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연기금과 같은 국내 기관 투자자들의 거래량 증대나 투자의 절대량을 늘리는 효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외국인 투자자 이탈 막을 수 있어, 가격괴리 문제 줄여"
물론 이들 요인들을 감안하더라도 거래 시간 30분 연장이 가져올 열매는 탐스럽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거래시간이 늘어나면 먼저 거래소와 증권사 수익이 늘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통상 시간이 30분 늘면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연 100조원 가량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연구위원은 "한국은 증권시장은 3시면 거래가 끝나는데 홍콩과 중국은 4시, 5시에 증시가 끝나 국내 투자자들이 홍콩이나 중국으로 이탈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긍정적으로 반겼다.
파생상품의 가격 괴리 문제를 축소해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이점도 제기된다. 이 위원은 "우리나라의 홍콩 지수 추종 ETF(상장지수펀드)는 거래가 활성화돼 있는
한국의 MSCI 선진 지수 편입을 위한 절차라는 분석도 나온다.
C증권사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우리 증시의 MSCI 선진 지수에 편입될 수 있는 여건을 다지기 위한 전단계로 유일호 경제 부총리가 거래소의 주식과 외환 거래시간 연장을 추진한 것"이라고 풀이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