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또 하나의 난중일기 ‘쇄미록’.... 전쟁통에 사람을 먹기까지

<역사콘서트> 황광우 지음 | 생각정원

2016-05-10     박세리 기자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이순신이 전란 중 쓴 난중일기는 세계사에 전무후무한 일이라 더 높이 평가된다. 그런데 또 하나의 난중일기가 있다는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역사콘서트>(생각정원.2016)가 전하는 ‘쇄미록’이다.

책에 따르면 ‘쇄미록(瑣尾錄)’이란 한 평범한 선비 오희문의 일기다. 난중일기와 다르지만, 이순신이 전선에서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조선을 구할 동안 오희문은 산속 깊은 곳에 숨어 당시 난리통을 생생하게 담아 당대의 현실을 생동감 있게 기록했다. 다음은 산속 생활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7월 4일 산속 바위 밑에서 잤다. 밤중에 찬 기운이 살 속에 이르자 견딜 수가 없었다. 7월 8일 정탐하러 간 사람들이 왔다. 적은 진안에 들어가서 산림을 불태우고 촌민 다수를 잡아갔다고 한다. 7월 23일 평양이 함락되어 임금의 수레가 용천으로 들어갔다고 한다.’(본문 중)

짧은 한 줄 일기에 서린 난리통의 어려움이 보인다. 임금의 도망을 전해 듣고 그들은 안심했을까 낙담했을까. 그런가 하면 나라의 패망이 짙은 글까지 있다.

‘지난달 29일에 직산에서 남쪽으로 달려가 이달 5일에 공주에 도착했습니다. 대가가 서쪽으로 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북쪽을 바라보고 통곡했습니다. 본토가 함락된 후 병졸과 장수 모두가 산속으로 들어가 새나 짐승처럼 숨어 있습니다.’(본문 중)

오문희가 산속에 숨어 지내며 전해 받은 관리 김성일의 보고서 내용이다. 책은 오희문의 일기에 처와 자식을 버리고 도망한 아버지, 자식을 버리고 달아난 어머니, 죽은 어머니의 젖을 만지며 우는 아이, 심지어 임진년 다음 해 굶어 죽어 나가는 사람들부터 사람을 잡아먹기까지 했다는 슬픈 기록까지 있다고 전했다.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오희문의 파란일기는 만 9년 3개월간 임진·정유·양란을 피해 떠돌며 기록한 일기로 당시 사회 경제사를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다. 전쟁을 피해 산으로 숨어들어 잃어버린 부모와 부인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한 선비의 일기는 후대 사료로 남았다. 기록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