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새들의 깡패, 까치

<우리 땅 생명 이야기> 장이권 지음 | 뜨인돌

2016-04-04     박세리 기자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예부터 까치는 우리 민족과 친숙한 새다. 고층 아파트가 빽빽한 도심이나 한적한 시골이나 쉽게 만날 수 있다. 현대화에도 까치가 다른 새들보다 유독 적응을 잘하는 이유가 특별한 ‘둥지’와 까치의 ‘성깔’ 때문이라는 재미있는 내용이 있다.

까치는 둥지를 은밀한 곳에 짓지 않는다. 겨울철 높은 나무 꼭대기에 큼지막하게 걸려 있는 동그란 새 둥지는 어김없이 까치둥지다. 포식자에게 단번에 눈에 띌 곳에 둥지를 올리는 대담한 결정에는 이유가 있을 터다.

아니나 다를까. 까치둥지는 여느 새들의 둥지와 다른 구조를 가진다. 보통 새의 둥지는 위쪽이 열린 접시 모양인데 반해 까치의 둥지는 지붕으로 덮여 있는 공 모양이다. 윗부분 역시 아랫부분과 마찬가지로 나뭇가지를 엮어 만들어 견고하게 짓는다.

<우리 땅 생명 이야기>(뜨인돌.2015)에 따르면 사람이 올라가서 해체하려 해도 상당히 어려운 정도로 튼튼하다. 보통 4.6kg~12kg으로 조류 둥지 치고 매우 무거운 편이다. 어지간한 악천후에는 끄떡도 안 하는 요새와 같다.

또한 까치의 성격도 환경 적응에 한몫을 한다. 까치는 상위 포식자에게도 전혀 겁이 없다. 고양이나 새매 같은 무서운 포식자에게도 사납게 달려든다. 자칫 죽임을 당할 수도 있지만, 상위 포식자들 또한 까치의 용맹함이 두려워 함부로 접근하지 못한다.

하지만 까치의 용맹함은 다른 새들에게는 폭력이다. 까치는 새로운 서식지를 개척하는 능력이 뛰어난데 제주도에 정착하는 비우호적인 과정이 대표적이다.

20여 년 전 제주도에는 까치가 없었다. 한 기업이 제주도에 까치 몇십 마리를 방사했는데 까치는 정착 과정에서 제주도에 서식하는 다른 조류나 파충류의 알을 무수히 먹어 치우고 농작물이나 시설물에도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이제 까치는 제주 어디서나 볼 수 있을 정도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 경우다. 기질적 특성으로 생태계에서 우수한 경쟁자 지위를 차지한 까치의 생존 능력이 놀랍다. 하지만, 상생을 모르는 모습에 사람의 일면이 투영돼 씁쓸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