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h’발음 하나로 종교, 세대, 계층 구분
<세계사를 품은 영어 이야기> 필립 구든 지음 | 서정아 옮김 | 허니와이즈
2016-03-21 박세리 기자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발음 하나로 세대와 계층 뿐만 아니라 종교까지 구별하는 언어가 있다. 바로 영어다. 영어의 시작부터 언어에 숨은 역사적 배경을 다룬<세계사를 품은 영어 이야기>(허니와이즈.2015)에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등장한다. 바로 ‘h’ 발음에 관한 내용이다.
영국에서 표준 발음으로 ‘h’는 ‘에이치’가 된다. 그러나 이 발음이 최근에는 점점 ‘헤이치’에 밀려나는 추세다. 특히 40세 미만에서 그렇게 발음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헤이치’는 아일랜드와 영국 북부 지방에서는 꽤 일반적이지만 영국 남부에서는 예로부터 ‘무식한’ 사람이 쓰는 발음으로 간주되었다. 일면 사소한 문제인 듯하나 개신교와 가톨릭이 갈등을 빚고 있는 북아일랜드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에이치’로 발음하면 개신교도, ‘헤이치’로 발음하면 가톨릭을 나타낸다. (299쪽) 일부 수정
책에 따르면 최근 영국 젊은이들은 표준 발음을 버리고 ‘덜 세련된’ 발음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종의 기존 제도에 대한 저항의 표시다. 이런 현상은 정치가 사이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정치인이 노동자나 낮은 계층이 사용하는 발음을 구태여 사용하면서 그들과 하나됨을 표한다. 사회언어학자들은 이를 ‘은밀한 권위’를 행사려는 시도라 진단한다. 상류계층에서 노동자 계층이나 소수 민족의 ‘거친’ 말투를 그대로 흉내 내면 사람들이 자기를 그 집단의 일부로 보리라 기대하는 현상이다.
발음 문제 하나에 계층과 편견, 숨은 의도까지 도사리고 있다는 흥미로운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