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명문장] 추억은 질문하는 사람의 상상속에 존재한다

<부유하는 단어들> 최인호 지음 | 최인호 사진 | 인물과사상사

2016-03-11     박세리 기자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책을 읽다보면 알쏭달쏭한 문장과 마주친다. 그럴 때마다 독자는 그 뜻과 행간의 의미가 무엇인지 곱씹는다. 그 무미건조하고 지루한 소화과정은 책읽기의 또 다른 재미다.

자, 추억이란 뭘까. <부유하는 단어들>(인물과사상사.2015)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표현이 등장한다.

저자는 어느 겨울 아르헨티나의 작은 항구 도시에서 반도네온을 연주하는 한 노인을 만났다. 그에게 반도네온과 인연이 얼마나 되었는지 물자, 노인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나는 나의 추억을 알 수 없지. 아마도 그것은 질문을 하는 자네의 상상 속에 존재할 거야. 나의 추억이란 인과의 고리가 끊어진 파편화된 과거의 시간들이기 때문에 그것을 현재화하고 재구성하는 것은 자네에게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의 추억은 자네 것이야.” (72쪽)

기억 속에 있는 추억과 입 밖으로 내뱉는 추억은 다르다. 추억의 씨앗이 타인 속에서 어떤 열매를 맺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다.

자아, 고독, 사랑 등으로 이어지는 저자의 사유가 넓고 깊다. 문장들에 흠뻑 취하고 삶의 굽이에서 만나는 문제를 사색할 수 있는, 놓치기 아까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