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분석] 홍콩 느와르 ‘무간도’의 전설은 이렇게 시작됐었다
[화이트페이퍼=김재범 기자] 느와르와 홍콩영화는 한 때 ‘동의어’였다. 남자들의 세계는 곧 홍콩 느와르의 세계관과 직결되는 감정의 통로였다. 하지만 ‘홍콩 느와르’의 단점은 비슷한 포맷과 발전되지 않는 스토리라인이었다. 빠르게 식어간 국내 대중들의 관심은 그렇게 ‘홍콩 느와르’와 멀어졌다. 그리고 2000년대가 들어서면서 한 영화가 ‘홍콩 느와르’의 부활을 선언했다. 유덕화-양조위 주연의 걸작 ‘무간도’다.
이 영화는 기존의 홍콩 느와르가 답습해온 관습을 완전히 전복시켰다. 브로맨스로 불리는 남자들의 의리는 없다. 인과응보로 축약되는 이른바 권선징악 스토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홍콩 느와르의 절대치인 비장미는 전무했다. ‘범죄와 폭력세계를 그린 스토리’란 문헌적 개념에 완벽하게 집중했다. 그리고 당시 영국의 홍콩 반환과 맞물리며 사회적 혼란의 시기에 빠진 지역적 특색까지 절묘하게 투영시켰다. ‘무간도’는 그렇게 전설의 시작을 알렸다.
당시에는 생소했던 ‘트릴로지’(3부작)로 구성된 ‘무간도’는 국내에 1편이 먼저 개봉된 뒤 아이러니하게도 3편이 이후 개봉됐다. 이어 2편이 공개됐다.
‘무간도’ 시리즈를 홍콩 느와르의 부활도 보는 것은 앞서 설명했던 기존 홍콩 느와르의 관습 전복이었다. 과장된 총격전이나 비장미를 배제했다. 더욱이 인물간 관계의 스토리에 집중했던 기존 콘셉트는 따라 가지만 감정의 선을 지키지는 않았다. 영화 속 진영인(양조위)은 홍콩의 경찰의 비밀 요원으로 삼합회에 숨어 든 언더커버다. 반면 유건명(유덕화)는 홍콩 경찰의 최고 에이스 대접을 받는 요원이지만 사실은 삼합회의 일원이다. 두 사람의 바뀐 운명은 기묘한 혼란과 혼선을 관객들에게 전한다. 두 인물이 느끼는 감정도 비슷하다.
무엇보다 두 인물이 그리는 관계의 속성이 기존 홍콩 느와르의 공식을 뒤집는다. 오우삼 감독의 명작 ‘첩혈쌍웅’이 ‘무간도’의 기본 콘셉트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본다면 말이다. 극중 아쏭(주윤발)은 킬러다. 그를 잡기 위한 리 경위(이수현)는 서로 적대적 관계다. 하지만 이후 두 사람은 남자로서의 의리를 나누는 관계로 발전한다. 이게 기본적인 홍콩 느와르의 공식이었다.
하지만 ‘무간도’는 달랐다. 진영인이 유건명과의 의리를 택한 반면, 유건명은 냉정하게도 이 의리를 배신한다. 브로맨스의 관계를 파괴하는 첫 번째 코드다. 두 사람의 조력자인 ‘황국장’ ‘한침’의 죽음에서도 ‘무간도’의 시선은 달랐다. 의리가 목숨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치던 홍콩 느와르는 없었다. 갑작스런 죽음과 함께 진영인과 유건명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킨다.
그 혼란은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 진영인은 경찰이면서 폭력조직원으로 살아간다. 유건명은 폭력조직원이지만 경찰의 삶을 이어간다. 두 사람에게 서로는 거울이다. 거울처럼 바라보는 서로의 모습에서 불안한 현실을 느낀다. 그럼에도 진실을 말할 수 없는 현실이 끝나지 않는 지옥을 이어간다. 그 지옥 같은 삶의 연속은 1분 1초가 위태롭고 아슬아슬하다. 진영인과 유건명에게 현실이 곧 끝나지 않는 지옥인 ‘무간 지옥’이다.
‘무간도’는 홍콩 반환과 그 혼란을 겪는 당시 홍콩인들의 정체성 그리고 이중적인 사회 시스템 잣대 속에서 지배되고 절대 고독의 섬으로 자리한 인간의 심리를 소름끼칠 정도로 잡아냈다. 영화적으로 3부작인 ‘무간도’는 2편이 두 인물의 프리퀄을 다뤘고, 1편 그리고 3편이 마지막이다.
‘무간도’는 전 세계 느와르 장르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언더커버의 개념을 범죄 장르에 대입한 상업 영화 중 가장 성공한 작품이었다. 할리우드에선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디파티드’로 리메이크됐다. 국내에선 박훈정 감독의 흥행작 ‘신세계’가 모티브로 삼기도 했다.
‘무간도’는 다음 달 17일 국내 재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