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삐딱이] 지난해 발의한 신해철법, 국회논의 왜 없었나보니 ‘한심한 갑질’

2016-02-14     박진희 기자

[화이트페이퍼=박진희 기자] “모두가 회의적이었던 법안이 국회 소위에 상정됐다. 어떤 의원들은 의사들 반발이 심하다고 하는데 나는 이번 소위를 시작으로 이 법안이 반드시 통과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번 19대 국회에서 안되면 20대 국회에서도 하겠다”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

비약하자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갑질이 법률 제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꼴이다. 갑(甲)들의 반발을 의식한 국회가 을(乙)들의 생명을 외면한 채 1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셈이다.

땅콩 회항과 같은 일은 오히려 수월하다. 수면에 드러나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갑질이다. 비난이라도 할 수 있다. 갑질을 한 갑을 다소나마 위축시키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신해철법과 같은 일은 드러나지 않는 갑들의 한심한 눈치작전이다.

신해철법은 현재 의료법의 허점을 보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발의된지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단 한차례의 논의도 없었다. 이날 공연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누군가는 “기득권층의 반발 때문”이라고 했다. “일부 의원들은 의사들의 반발이 심할 것”, “모두가 회의적이었던 법안”이라는 김정록 의원의 멘트에서도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신해철법의 정확한 명칭은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다. 2014년 신해철 사망 이후 지난해 김정록 의원이 발의 한 법안이다. 그러나 이날 공연 전까지 국회에서 단 한차례의 논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올해 5월로 예정되어 있는 19대 국회가 끝나면 법안도 함께 폐기될 상황이었다.

법안은 의료사고 피해자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하면 의료인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조정이 시작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의 법률로는 의료사고 피해 당사자인 신청인이 조정신청을 해도 피신청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조정절차가 개시되지 않는다.   

공연 1시간 전 신해철법의 국회 소위 상정이 결정됐다. 오는 16일 심의를 받게 된다. 국회 소위는 공청회로 갈 수 있을만한 법안인지 심의하는 절차다. 공청회 통과와 법안 발의라는 먼 길이 남았지만 첫 발을 내딛었다는 것만으로도 고 신해철 유족들은 눈물을 흘렸다. 이날 고 신해철 유족은 모든 의료 사고 피해자를 상징했다.

“이 법은 의사와 의료사고 피해자들 모두가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의료사고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 주는 것은 다른 게 아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민사재판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제대로된 법으로 잘·잘못을 가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법안을 발의한 김정록 의원의 말처럼 신해철법이 의료사고 피해자들을 모두 공정하게 구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적어도 기득권에 속하는 직업군인 의사들의 편리에 기울어져 있는 법을 수평에 가깝게 맞출 수는 있어 보인다.
 
고 신해철은 지난 2014년 10월 17일 S병원에서 장 협착증 수술을 받은 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 심정지로 쓰러졌다. 같은 달 27일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후 신해철의 아내는 S병원의 K원장을 업무상 과실 혐의로 고소해 현재 재판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