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배우] 깡패 전문 배우? 당신이 착각하는 박성웅의 진짜 마력
[화이트페이퍼=김재범 기자] 전례 없는 광풍이다. 영화 ‘검사외전’이 2월 극장가를 집어 삼켰다. 설 연휴 황금 성수기라는 흥행 포인트를 안고 출발했지만 그 속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흥행 원동력의 배경을 살펴보면 스토리의 힘이 첫 번째다. 검은 권력에 대항하는 한 사람의 고군분투기가 관객들에게 짜릿함을 선사한다. 두 번째는 배우 황정민과 강동원의 케미다. 최근 CGV 자체 조사에서 ‘믿고 보는 배우’ 1위에 오른 황정민의 파워는 이견이 없다. 강동원은 하나의 장르로 불릴 정도다.
검사외전의 숨은 흥행 포인트는 따로 있다. 자칫 흘러 넘길 수 있는 포인트다. 아마도 기억에서 자연스럽게 지워버렸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배우의 숨은 존재감은 검사외전 흥행 원동력의 분명한 한 축이다. 바로 배우 박성웅의 힘이다.
◆ ‘검사외전’ 양민우, 주류사회의 허세 드러낸 캐릭터
그는 이번 영화에서 출세지향적인 속물 검사 양민우를 연기했다. 악의 축 우종길(이성민)의 오른팔 노릇을 하며 동기 변재욱(황정민)을 숙청(?)하는 데 일조하는 비열한 캐릭터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어디까지나 텍스트일 뿐이다. 양민우는 검사외전에서 가장 현실적이며 또한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가 넘치는 인물이다. 힘의 논리에 길들여진 인물이며 대한민국 주류 사회의 거대한 문제점이자 약점일 수 있는 ‘허세’에 길들여 진 인물이다. 박성웅은 이 양민우를 연기하는 데 ‘더 이상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간드러짐을 살려냈다.
박성웅의 검사외전 속 진가는 황정민과 강동원 그리고 이성민과 연기하는 각각의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양민우는 변재욱과의 호흡에선 일종의 실력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저열함을 드러낸다. 이성민과의 호흡에선 철저한 2인자로서의 낮춤을 드러낸다. 강동원에겐 권력의 우위와 그 안에 숨은 허술함의 극치를 선보인다. 이 세 명의 인물을 넘나드는 과정에서 박성웅은 극 전체의 가벼운 터치와는 상반된 정극의 톤 앤 매너를 유지한다. 일종의 캐릭터 콘셉트라고 봐도 무방하지만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박성웅만의 스킬이다.
◆ 악역 캐릭터의 속살, 인간미 드러내는 배우
박성웅에 대한 대중의 착각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가 선보인 ‘신세계’의 이중구가 워낙 강렬했기 때문이다. 그를 ‘깡패 전문’ 배우로 바라보는 시선이 강하다. 하지만 박성웅의 진짜 강점은 페이소스가 묻어나는 코미디에서 드러난다. 검사외전에서 한치원의 농락에 휘둘리는 모습, 법정 장면에서 한치원과 주고받는 대화에서 보이지 않게 묻어나는 감각적인 코미디의 요소는 박성웅의 진짜 내공을 느끼게 한다.
그의 코미디 감각은 이미 이전 작품에서도 간간히 보여 공개된 바 있다. 크지 않은 배역이었지만 ‘남자가 사랑할때’의 삼류 양아치 연기, ‘해바러기’에서의 경찰관 연기가 박성웅이 갖고 있는 코미디의 DNA를 증명한다.
검사외전의 이일형 감독은 “박성웅 선배가 보기에 무섭고 강한 인물로 비춰진다”면서도 “실제로 겪어본 박성웅은 정말 허술하고 웃긴 남자다. 내가 알고 있는 남자 중에 가장 재미있는 남자로 꼽아도 된다”며 그의 웃긴 코드를 대변한 바 있다.
물론 인간미도 넘쳐난다. 박성웅의 검사외전 출연은 사실 황정민이란 이름 석자 때문이었다. 황정민과는 ‘신세계’에서 호흡하며 인연을 맺었다. 황정민이 이번 검사외전에서 작은 비중의 양민우 배역을 제안했을 때 “선배가 출연하고 제작사(사나이 픽처스, ‘신세계’ 제작사) 작품이라면 그냥 하겠다”며 출연을 결정했다. 박성웅은 이미 충무로에선 의리파 배우로 정평이 나 있다.
여러 모로 묘한 매력의 소유자다. 박성웅이란 배우의 매력이 단순하게 ‘깡패 전문’ 배우로서 각인된 대중의 기억이 조금은 아쉽다. 그의 필모그래피와 그의 작품 속 연기를 유심히 살펴본다면 박성웅이란 배우의 진짜 매력이 보일 것이다.
이 배우, 의외로 웃기고 의외로 인간미가 넘치는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