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와인드] 아프고 아파도 외면할 수 없는 소녀들의 상처, 위안부 피해 실화 '귀향'
[화이트페이퍼=김동민 기자] 소녀들이 트럭 짐칸에 빼곡이 실려 어디론가 가고 있다. 그들이 향하는 곳에는 총칼을 든 군인들이 곳곳에 서 있고 한 켠의 커다란 구덩이에서는 시뻘건 불길이 올라온다. 그리고 그 안에는 지금 막 실려오고 있는 소녀들과 같은 차림의 시체들이 참혹하게 널브러져 있다.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가 그린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 속 장면이다. 영화 ‘귀향’은 바로 이 그림으로 시작됐다.
열네 살 소녀 정민(강하나)은 경남 거창의 한 마을에서 부모와 함께 산다. 그는 어느 날 집에 들이닥친 일본군에 의해 부모와 생이별을 하고 기차에 실려 중국의 외딴 곳까지 끌려간다. 이후 정민은 영희(서미지)를 비롯한 소녀들과 함께 일본군 위안소에 배치되고 일본군들의 성 노리개로 전락해 고통스런 생활을 겪게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는 수식어는 강렬하다. 더군다나 그 실화가 참혹한 고통의 역사라면 그 파급력은 더욱 커진다. ‘귀향’이 단순히 한 편의 영화로 보여지지만은 않는 이유다. 이 작품은 실제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근거로 당시 사건을 재구성해 만들어졌다. 조정래 감독은 이 작품에 대해 ‘문화적 증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을 환기시키는 것이야말로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역할인 셈이다.
이 영화의 사회적 역할과는 무관하게 만듦새 측면에서는 몇가지 아쉬운 지점들이 보인다. 특히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세 명의 소녀들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이야기 방식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하다. 폭력 앞에 인권을 유린당하는 앳된 얼굴의 정민에게 연민을 느낄만 하면 중간중간 현재 시점의 영옥(과거의 영희)이 등장해 몰입을 방해한다. 여기에 내내 정민의 시점에서 진행되던 서사가 중반 이후 영희의 시점으로 옮겨지는 방식도 다소 투박해 보인다. 정민과 영옥의 연결고리가 되는 현재의 소녀 은경 또한 중간자 역할을 위해 작위적으로 만들어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귀향’을 만드는 데는 14년의 시간과 7만 5000여명의 후원이 있었다. 여기에 많은 배우와 제작진들은 재능기부 형식으로 이 영화에 참여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애초에 조정래 감독만의 영화가 아닐 뿐더러 특별한 인물을 조명하는 영화도 아니다. 그저 아프고 아파도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우리의 상처를 마주하게 하는 작품이다. 오는 24일 개봉.